[단독]"이상직 중진公 이사장 임명 석달 전 내정…文에게도 보고"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지난해 2월 2일 이상직 전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 관련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받고 전주지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지난해 2월 2일 이상직 전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 관련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받고 전주지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옥 前인사수석 직권남용 공소장 보니

뇌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전 국회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이사장 임명 약 석 달 전에 내정 사실을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진공 이사장 임명은 형식적으론 공모 형태지만, 실질적으론 이른바 '짬짜미 내정' 형태로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주지검 형사3부는 지난해 12월 1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조현옥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런 정황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10일 중앙일보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2017년 5월부터 2019년 5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인사추천위원회 간사를 맡아 대통령의 인사 분야 직무를 보좌해 정부 부처 고위직·정무직 공무원, 산하 공공기관 임원 임면(임명·해임) 등에 관여했다.

조 전 수석은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실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운영지원과 소속 공무원들을 통해 중진공 인재경영실장 B씨로 하여금 이 전 의원에게 전임 중진공 이사장의 직무수행계획서를 제공하게 하고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장 등에게 청와대의 내정자를 알려주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통령비서실이 내정한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할 목적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좌하는 권한을 남용했다는 취지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9월 20일 전남 영암군 호텔현대 바이라한 목포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전남 평화회의'에서 기념 축배를 들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9월 20일 전남 영암군 호텔현대 바이라한 목포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전남 평화회의'에서 기념 축배를 들고 있다. 뉴스1

2017년 12월 임종석 주재 회의서 내정 

검찰은 조 전 수석이 ‘상향식 인사 제도’를 규정한 법령을 어기고 중진공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봤다. “공모 절차를 형해화하면서 형식적으론 정상적인 임명 절차를 거치는 것과 같은 외형을 만들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르면 준정부기관인 중진공 이사장은 중진공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 중기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 임원추천위원회는 공개 모집 절차와 서류·면접 심사를 통해 후보자가 제출한 이력서·자기소개서·직무수행계획서 등을 참고해 이사장 적격 여부를 심사한다. 이후 3~5배수로 임원 후보자를 선정, 우선순위 없이 추천한다. 그러나 조 전 수석은 법률이 정한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거꾸로 위에서 밑으로 꽂는 ‘하향식 인사’를 밀어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 내정된 것은 2017년 12월 13일 청와대 비서동 여민1관 2층 회의실에서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대통령비서실 인사추천위원회 간담회’에서다. 당시 회의엔 조 전 수석과 조국 민정수석 등이 참여했다. 검찰은 누가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에 내정하라고 지시했는지는 공소장에 담지 않았다. 조국 전 수석과 임종석 전 실장은 지난해 8월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전주지검에 출석하기 전 각각 “통상적인 청와대 인사 절차에 따라 추천·검증된 후 임명된 것” “중진공 이사장 인사 문제는 여느 대통령 임명직 인사와 똑같은 절차”라고 주장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조현옥, 文에 “이상직 내정” 보고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2017년 12월 16일과 18일 사이에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내정 사실을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비슷한 시기에 이 전 의원에게도 내정 사실을 통보, 이사장 공모 절차에 참여할 것을 안내했다.

검찰 조사 결과 조 전 수석은 당시 인사수석실 비서관·행정관을 통해 중기부 운영지원과 간부들에게 “청와대에서 중진공 이사장으로 이 전 의원을 내정했으니 이사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내정자가 정상적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이 전 의원에게 공모 절차를 안내하고 필요한 자료와 서비스 등을 제공해 달라”고 했다.

이에 중기부 간부들은 내부 회의에서 중진공을 통해 이 전 의원에게 자료를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중기부에서 직접 이 전 의원을 지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중기부 측은 2017년 12월 26일 중진공 인재경영실에 이 전 의원 내정 사실을 전달하며 이사장 선임 절차를 개시하도록 지시했다.

이상직 전 국회의원. 연합뉴스

이상직 전 국회의원. 연합뉴스

중기부·중진공에 “임명 협조” 지시

중기부 간부들은 2018년 1월 10일 중기부를 찾은 중진공 인재경영실장 B씨 등 간부 2명에게 “이 전 의원이 이사장에 지원할 것이니 중진공에서 협조했으면 좋겠다. 이스타항공 ○○○ 전무가 전화할 것이니 잘 받아달라”고 했다. 실제 B씨는 이스타항공 전무로부터 자료 요청을 받고 같은 날 오후 5시56분쯤 이스타항공 대표 팩스번호로 전임 중진공 이사장의 직무수행계획서를 보냈다. 

앞서 중기부 정책기획관도 2017년 12월 24일 중진공 내부 문서인 '중진공 업무 개혁 관련 의견'을 이 전 의원 측에게 건넸다. 이 전 의원은 지원자 신분인데도 이사장 임명을 주관하는 중기부·중진공 인사 라인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직무수행계획서를 2018년 1월 12일 제출했다.

검찰에 따르면 B씨 등은 2018년 1월 16일 당시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장 등에게 이 전 의원 내정 사실을 알리면서 면접 심사 때 이 전 의원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중진공 임원추천위원회는 1월 16일 서류 심사에선 이 전 의원 등 4명을 올렸고, 1월 22일 면접 심사에선 이 전 의원이 포함된 3명을 최종 추천 후보자로 선발했다. 조 전 수석은 이 과정을 중진공·중기부·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실을 통해 계속 보고받았다.

조 전 수석은 중진공으로부터 면접 심사 결과를 보고받은 직후인 2018년 1월 23일 중기부 운영지원과와 중진공 인재경영실에 “후보자를 추천받기 전에 인사 검증부터 진행할 예정이니, 면접 심사를 통과한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 검증 기초 자료를 먼저 보내라”고 지시했다. 정작 공직기강비서관실엔 면접 통과자 3명 중 이 전 의원만 인사 검증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중진공 임원추천위원회로부터 면접 심사를 통과한 후보자를 추천받은 즉시 추천자 전원에 대한 인사 검증을 하는 통상 절차와 다르다고 검찰은 전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8월 20일 전주지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지난해 8월 31일 당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전주지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임원추천위원회 독립성 보장해야”

조 전 수석은 2018년 2월 9일 공직기강비서관실로부터 이 전 의원에 대한 인사 검증 결과를 받은 뒤 2월 13일 ‘대통령비서실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날 회의엔 이 전 의원을 내정한 ‘대통령비서실 인사추천위원회 간담회’ 구성원들이 동일하게 참석했다. 조 전 수석은 인사추천위원회 결과를 중기부·중진공에 통보해 이사장 추천·제청 절차를 밟도록 했다.

이에 B씨는 2월 26일 당시 홍종학 중기부 장관에게 중진공 이사장 후보자로 이 전 의원 등 3명을 복수 추천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홍 장관은 이튿날 이 전 의원의 임명을 제청했다. 문 전 대통령은 2월 28일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비서실 소속 보좌진, 장관을 포함한 정부 부처 소속 공무원, 산하 공공기관에서 임원추천위원회 임원 추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임원추천위원회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그 구성·운영에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고 관련 임면 절차에 부당하게 개입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은
검찰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다음 같은 해 7월 항공업 경력이 전무한 사위 서모(45)씨를 본인이 실소유주인 타이이스타젯(태국 저비용 항공사) 전무로 채용하고 2020년 4월까지 급여(월 800만원)와 주거비(월 350만원) 등 2억2300만원을 준 게 사실상 문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 사건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은 문 전 대통령(뇌물수수)과 이 전 의원(뇌물공여·업무상배임),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업무상배임),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4명으로, 현재까지 조 전 수석만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