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내란특검법 협상 임할테니, 尹체포영장 집행 말라"

내란특검 대응 과정에서 ‘무조건 반대’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하던 국민의힘이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만약 경찰이 더불어민주당의 지휘를 받아 대통령 체포 작전에 나서고 있다면 심각한 국헌문란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성룡 기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만약 경찰이 더불어민주당의 지휘를 받아 대통령 체포 작전에 나서고 있다면 심각한 국헌문란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성룡 기자.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 입장도 좀 더 전향적으로 됐으니 야당하고 특검 관련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특검이 수사를 맡게 되면 공수처에 수사 권한이 있느냐는 논란은 잠재울 수 있을 테니,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보다 특검 논의 과정 동안 영장 집행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체포 자체가 (물리적 충돌 가능성으로 인해) 굉장히 위험한 상황 아니냐”며 “특검법안 협상 과정을 좀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위원장의 말은 지난 9일 본회의 도중 누군가가 보낸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중단을 전제로 내란 특검을 논의하면 어떠냐”는 텔레그램 메시지에 “생각하고 있다”고 답한 것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 텔레그램 화면은 한 인터넷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일 국회 긴급현안질의 참석 중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더팩트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일 국회 긴급현안질의 참석 중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더팩트

 
권 위원장의 제안은 같은 날 나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의 입장과도 맥이 통한다. 최 대행은 이날 공지된 메시지에서 “여야가 합의하여 위헌적인 요소가 없는 특검법을 마련해 주시기 바란다”며 “공수처와 경호처가 극한 대립을 하는 작금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대행은 “탄핵심판 중인 현직 국가원수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공수처와 경호처가 극하게 대립하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안타깝게도 현행 법률체계 안에서는 쉽사리 두 기관 간 갈등의 출구를 뚫기 어렵다”고 밝힌 뒤 이같은 당부를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을 중심으로 자체 내란특검법안 수정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고, 특검법안 대응 방향에 대한 논의를 다음 주 초 의원총회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안이 강공 일변도의 더불어민주당을 돌려세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지난 9일 국회에 제출한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케 한 내란특검법안에 대해 “정부와 국민의힘이 계속 반대하면서 얘기한 게 이번 특검안에서 대부분 다 해소됐다”(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고 자평하는 데 반해, 여권은 여전히 수사범위 등에 문제가 많다는 태도라서다.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외곽 철책문에 차벽이 설치돼 있다. 김현동 기자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외곽 철책문에 차벽이 설치돼 있다. 김현동 기자

 
주 위원장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자체 수정안과 관련해 “수사 범위를 비상계엄 선포 후 해제까지 6시간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야당 안대로면 수사 대상이 무한정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새 특검법안에) 선전선동과 외환(外患)죄가 들어간 게 문제”라며 “그런 걸 덜어내고 특검을 만들면 수사권 논란이 정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대행 측 관계자도 “아직 법체계적 문제가 꽤 남아있다는 게 최 대행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최 대행은 새 특검법안에도 그동안 우려해 온 수사 과정에서 국방·외교 비밀이 침해될 가능성 등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