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에 쓰러진 중국 출신 50대, 100명 넘는 환자 희망주고 떠났다

기증자 황설매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기증자 황설매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 출신의 한 50대 여성이 갑자기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뒤 장기 기증과 인체조직 기증으로 100명이 넘는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11월 28일 황설매씨가 예수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신장(좌우)를 4명에게 기증하고,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명의 기능적 장애가 있는 환자의 재건과 기능 회복을 돕고 숨졌다고 13일 밝혔다.

고인은 같은 달 19일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평소 고인이 어려운 사람을 돕길 좋아했던 만큼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는 기증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기증을 결심했다. 고인의 몸의 일부라도 어디선가 살아 숨 쉬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고 했다.

중국 흑룡강성목단강시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활발하고 배려심이 많았으며,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는 마음씨가 따뜻한 사람이었다.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 생활을 하다가 24살에 한국에 와서 식당 일을 했다. 이후 남편을 만나 30살에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고인은 평소 남을 돕는 일에 힘써왔다. 새벽에는 전주시에서 운영하는 '엄마의 밥상' 급식지원사업에 힘을 보탰고 낮에는 교회 일과 봉사활동을 했다.

남편 이대원씨는 고인에게 남긴 편지에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은 천국에 갔을 거야. 갑작스럽게 떠나서 식구들이 힘든 시간 보내고 있지만,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게. 우리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하늘에서 편히 잘 지내고 있어. 고맙고 사랑해"라고 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생명나눔을 결정해 주신 고인과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며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활동에 힘쓰셨던 따뜻한 사랑의 온기가 널리 퍼져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