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취업자 줄고 실직자 늘었다…고용시장 한파 '위기 수준'

한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한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신규 근로자(고용보험 가입자)는 줄고, 실직자(실업급여 청구)는 느는데, 일자리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고용 행정 관련한 모든 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수준으로 나빠졌다. 전문가들은 내수가 가라앉으면서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있는데, 실업이 늘면 소비가 줄어 내수가 더 악화하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13일 발표된 고용노동부 ‘12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숫자는 1531만1000명으로 지난해 12월보다 15만9000명(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 폭은 12월 기준으로는 2003년(5만 3000명 증가) 이후 21년 만에 최저다. 새롭게 직업을 구한 근로자가 예전만큼 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신규 가입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건설업은 2023년 8월 처음으로 '0'명을 기록한 뒤 17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제조업 역시 1년 전인 2023년 12월보다는 2만6000명 늘었으나, 여기서 외국인 가입자를 제외한 내국인 가입자는 되레 8000명이 줄었다. 제조업 내국인 가입자 수는 2023년 10월부터 15개월째 감소 중이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제조업은 구조적으로 업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건설업은 현재 내수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연령별로 보면 '허리'가 흔들리고 있다. 30대가 6만3000명, 50대가 7만7000명, 60세 이상이 16만8000명 증가했다. 반면 29세 이하는 10만1000명, 40대는 4만8000명 감소했다.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과거 카드대란이나 외환위기, 금융위기 같은 큰 위기가 있을 때보다 낮은 가입자 증가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용보험가입자 수가 주는 건 일자리 한파 외에도 변화하는 인구구조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천 과장은 "65세 이상 근로자는 신규 고용 보험 가입이 안 되는데, 구조적으로 15~64세 생산인구가 줄고 있어 고용보험 가입자 숫자가 과거처럼 늘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정부 직접일자리 사업 중에서 시장형 사업의 연말 고용 계약 종료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우려되는 건 일자리를 잃고 실업급여(구직급여)에 기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자 수(53만1000명)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59만9851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전년 동월 대비 9% 늘어난 10만1000명으로 12월 기준으로는 코로나19 사태 때인 2020년 이후 최대다. 건설업에서 4만6000명, 제조업에서 2만명이 늘어나 신규 신청자 급증세를 견인했다. 

실업자는 많아지는데 일자리는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구인배수는 0.40으로 전년 동월(0.54)보다 0.14포인트 하락했다. 구인자는 10명인데 일자리 숫자는 4개밖에 없다는 의미다. 구인배수는 워크넷을 이용한 구인·구직만 포함하는 지수로 고용시장의 수요·공급 흐름을 파악하는 데 쓰인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채용 계획 인원은 52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만3000명(5.9%) 줄었다.

천 과장은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도 신규 채용이 감소하고 종사자 숫자도 둔화했고, 빈 일자리 숫자도 많이 줄었다"며 "전반적으로 봤을 때 사업장에서 구인 수요가 많이 낮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 → 고용 악화 →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김유빈 실장은 "현재는 경기변동에 민감하고 고용 시장과 시차가 짧은 건설업 위주로 수치가 악화하고 있다"며 "향후 일자리가 상황이 안 좋아지면 도소매·서비스업 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통계에서 건설업이 부진한 게 눈에 띄는데, 건설업은 다른 곳에 재취업이 힘든 일용직 근로자가 많아 우려된다"며 "고용 상황이 악화하면 당연히 소비지출도 줄어들 수 없기 때문에 금리 인하나 빠른 재정 집행으로 상반기 내수 회복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