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전국 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소식지에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섰다. 지방선거 1년여를 앞둔 시점에서 단체장 치적 홍보가 소식지에 집중적으로 실리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령상 규제 관련 표현이 모호하고, 이를 근거로 소식지를 점검하는 지역 선관위 또한 ‘오락가락 해석’을 내놓을 때가 있어 혼란스러워하는 지자체가 많다.
소식지 30년 편집자도 “이런 일제 조사 처음”
중앙선관위는 각 지자체가 발행하는 소식지 내용이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조사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지난달 전국 선관위에 전달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지역 선관위가 지난해 1~9월 사이 발행된 소식지 내용을 확보해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
지자체는 시ㆍ구보 등 이름으로 통상 한 달에 한 번 지면 소식지를 발행하고 사이트 등에도 게재한다. 소식지엔 지역 공연이나 행사 정보를 포함해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 계획과 시책·성과 등 주민이 참고할 만한 내용이 기사 형태로 실린다.
다만 지자체나 단체장 치적을 지나치게 홍보하지 못하도록 공직선거법 규제를 받는다. 우선 법 86조 1항은 ‘소속직원 또는 선거구민에게 특정 정당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를 제한한다. 정당 공천을 받아 선거에 나서는 지자체장이 소식지를 치적 홍보 등 수단으로 삼는 걸 막는다는 취지다. 86조 5항은 지자체가 사업계획ㆍ추진실적 상황을 알리는 소식지나 홍보물을 분기별 1회만 발행ㆍ배부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이런 법 내용을 근거로 평소엔 해당 지역 선관위가 이들 소식지 모니터 업무를 맡는다. 다만 중앙선관위가 전국 소식지를 대상으로 일제 점검을 지시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부산지역 한 자치구 관계자는 “30년 가까이 소식지 편집 업무를 하는 동안 이런 식으로 조사받는 건 처음”이라며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인 데다, 탄핵 등 정국이 어수선해 기강을 잡으려는 조처 같다”고 짐작했다.
조사 과정에서 혼란도 일어나고 있다. 매달 지역 선관위에 문의해가며 소식지를 만들어 온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본래 ‘문제없다’고 답변받은 내용도 중앙선관위 지침이 내려온 뒤엔 주의를 권고하는 등 지역 선관위 판단이 오락가락해 혼란스럽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대부분 지자체는 매달 한 번 지면 소식지를 발행하고, 같은 내용을 홈페이지에도 게재한다. 사진은 부산시가 만드는 '부산이라 좋다' 부산시보 홈페이지. 사진 부산이라 좋다 홈페이지 캡처
시보 ‘부산이라 좋다’를 발행하는 부산시 관계자는 “법이 규정한 ‘사업계획’이나 ‘추진실적’이라는 말은 모호하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도 있어 조심스럽다. 다른 광역지자체와 소통하며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고 했다. 부산시는 1월 소식지에 내려고 준비한 박형준 시장 인터뷰 내용도 싣지 않기로 했다. 이 외에도 소식지에 단체장 사진을 싣지 않도록 권고하거나, 내용상 ‘관계자’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선관위 제약이 과도하다는 지자체 불만도 나온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소식지는 자칫 단체장ㆍ지자체 치적 홍보물이 될 수 있다. 선관위 감독은 필요하다”며 “다만 기준이 중구난방이면 혼란을 키울 수 있다. 이번 일제 조사를 계기로 중앙선관위가 사용 가능한 표현 방식 등에 대한 소식지 발행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이런 문제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