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비대위원은 “개헌 논의는 꾸준히 해와서 준비된 안은 많다”면서도 “분권형 대통령제가 유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제는 유지하되 책임총리제와 결합해 권력을 분산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통령은 외교·안보 등 외치를, 총리는 경제·민생 등 내치를 책임지자는 것이다.
다수 비대위원은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선(先) 개헌-후(後) 대선’ 시나리오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당 관계자는 “만약 올해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내년 지방선거, 2028년 총선 이런 식으로 선거가 계속되면 국정은 계속 불안정할 것”이라며 “2028년에 총선과 대선을 같이 치러서 입법부와 행정부가 함께 책임지는 연합정부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선거제 개편 논의도 병행할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지방은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수도권은 중선거구제(2~4명 선출)로 바꾸는 도농복합형 중선거구제가 유력 검토된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안했지만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영남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던 안과 흡사한 형태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선거제 개편은 필수”라며 “사표가 다수 발생해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소선거구제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를 광역 단위별로 뽑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검토되고 있다. 의석수는 권역별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당하되 후보 선택은 유권자들이 직접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역시 노무현 정부가 검토했던 안이다.
개헌안은 108명이 전부인 여당만으로 발의조차 할 수 없다. 발의에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의결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민주당 의원들과도 꾸준히 소통해 왔다”며 “개헌 찬성 여론이 고조되면 이재명 대표도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4년 중임제를 언급했던 이 대표는 최근 개헌 논의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도한 개헌 논의의 틀은 외면해 왔다. 우 의장은 지난해 6월부터 국회 개헌특위 발족을 제안했지만 여야가 모두 난색을 표하자 지난해 11월 헌법학자 등을 중심으로 한 ‘국민 미래 개헌 자문위원회’를 발족해 운영 중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통화에서 “의장이 제안한 개헌특위는 야당의 참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야당이 참여에 미온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민주당도 들어온다면 언제든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