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중국 이름이 있지만 주로 끓일 탕(湯) 둥글 원(圓)자를 써서 탕원, 또는 으뜸 원(元) 밤 소(宵)자를 써서 원소라고 부른다.
탕원은 경단이 둥근 모양이니까 둥근 것을 끓였다는 뜻이 되겠고 원소는 으뜸 가는 밤이라는 말이니까 무엇을 말하려는지 헷갈리지만 의미가 있다.
중국 민속을 잘 모르는 우리한테야 찹쌀 경단인 탕원이 그저 식사의 마무리를 알리는 후식 정도일 뿐이고 단독으로 먹을 때는 가벼운 먹거리, 중국어로 샤오츠(小吃)에 지나지 않지만 알고 보면 탕원은 나름 대단한 음식이다.
일단 둥글게 빚어 끓인 탕원에는 화합과 단합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그러니 중국 음식 먹을 때 후식으로 탕원을 내오는 이유를 애써 상징성을 담아 풀이하면 밥 잘 먹었으니 서로 뭉쳐서 화목하게 원만하게 지내자는 뜻이 되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탕원은 중국 명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 음식이다. 이를테면 중국도 춘절에 다양한 명절 음식을 먹는데 대표적인 것이 북경을 중심으로 한 북방은 교자 만두, 항주 등의 남방은 연고(年糕)라는 쌀떡을 먹고 잉어찜 조기탕수육을 비롯해 다양한 생선 요리도 빼놓지 않는다. 더불어 찹쌀 경단인 탕원도 안보이면 서운한 음식이다. 참고로 북방에서는 찹쌀 대신 밀가루로 빚은 경단인 원소를 주로 먹는다고 하는데 옛날에는 몰라도 지금은 크게 구분하지는 않는 것 같다.
"탕원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吃了湯園大一歲)"
어쨌든 춘절에, 특히 남방에서는 찹쌀 경단인 탕원이 빠지면 아예 명절 음식 취급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말에 설날 떡국을 먹어야 나이를 한살 먹는다고 했는데 중국에도 "탕원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吃了湯園大一歲)"라는 속설이 있으니 탕원이 얼마나 중요한 춘절 음식인지를 알 수 있다.
탕원은 사실 춘절에만 먹는 음식은 아니다. 우리 추석인 중추절에도 월병과 함께 탕원을 먹고 동짓날에도 먹는데 알려지기로는 특히 우리의 정월 대보름인 중국의 원소절(元宵節)에 먹었던 전통 음식이라고 한다. 경단이 둥근 이유도 보름달을 닮았기 때문이고 북방에서 탕원이라는 이름 대신 으뜸 원(元)과 밤 소(宵)자를 써서 원소라고 불렀던 것도 원소절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월 대보름인 원소절 음식이 왜 뜬금없이 새해를 기념하는 명절인 춘절 음식이 됐고 한 해의 마지막인 겨울이 끝나는 날인 동지(冬至) 음식이 됐을까 싶은데 이유가 있다.
옛날 중국에서 새해를 기념하는 명절은 정월 초하루인 춘절에 시작해 정월 대보름에 마무리됐다. 그러니 춘절이나 원소절이나 모두 새해맞이 명절이다. 다만 방점을 시작하는 날에 찍느냐 끝나는 날에 찍느냐의 차이일 뿐이니 찹쌀경단인탕원은 곧 새해맞이 음식이었던 셈이다. 동짓날도 마찬가지여서 옛날 동양에서는 동지가 큰 명절이었고 동시에 겨울이 끝나는 날이니 바꿔 말해 새봄의 시작이었다. 그렇기에 탕원을 동지 음식으로 먹었던 것이다.
대부분 음식이 그런 것처럼 탕원 역시 분명한 기원과 유래에 대해 기록으로 전해지는 것은 없다.
다만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송나라 때 절강성 영파(寧波)에서 처음 생겨났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 찹쌀가루를 원형으로 둥글게 빚은 후 그 속에 검은 참깨와 돼지비계, 설탕가루 등으로 소를 넣어 만들었다는 것이다.
시기는 대략 남송 무렵으로 당시 찹쌀과 참깨, 설탕 등은 고급 식재료였으니 특별한 날 만들어 먹었던 음식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기적으로 남송은 황하 유역의 중원에 살던 한족들이 북방 민족에 밀려 양자강 이남으로 이주했던 시기다. 그렇기에 춘절 혹은 원소절에 밀가루로 빚은 만두로 하늘에, 조상에 차례를 지냈던 이들이 밀 재배 지역이 아닌 강남의 쌀 재배지에서 찹쌀가루로 대신 만두처럼 탕원을 빚어 명절 음식으로 삼았던 것이 지금의 탕원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참고로 북방에서는 밀가루로 원소를 빚은 것 역시 북방은 쌀이 귀한 밀문화권이기 때문일 것이다.
둥글게 빚은 탕원을 가족이 모두 모여 단합과 화합을 기원하며 먹는 춘절의 단원반(團圓飯)으로 삼는 것도 이유가 있다. 중국에서 원(圓)은 하늘의 상징, 우주의 조화를 의미하는 만큼 새해 둥근 식탁에서 둥글게 빚은 탕원을 먹으며 가족간의 조화와 화합, 행복을 추구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무심코 먹는 탕원에 꽤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윤덕노 음식문화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