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지난해 4분기 성장률 0.2% 밑돌 것”
최근 이 총재는 지난해 4분기 경제가 전 분기 대비 0.4% 성장해, 지난해 전체로는 2.1~2.2%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비상계엄으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0.4%)의 절반 수준인 0.2%를 밑돌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 총재의 진단대로 된다면 지난해 전체 경제성장률은 원래 전망치(2.2%)를 하회해 2%를 턱걸이 할 수 있다. ‘1%대 성장률 쇼크’를 예고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9%)도 크게 낮춰야 할 상황이다.
이 총재도 “(신성환 금통위원) 한 분만 소수 의견(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을 냈다고 했지만, (금통위원) 모든 분이 다 현재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국내 정치 불안에 대외 신인도도 흔들
특히 대통령 탄핵 정국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단순한 경제 불확실성을 넘어 대외 신인도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게 이 총재의 판단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총리 탄핵이 있고, 대통령 영장 집행 과정이 전 세계 뉴스에 나가다 보니까 (해외에서 경제 정책이) ‘잘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어제 사태(대통령 체포)를 계기로 해외에 ‘경제 정책이 정상적으로 집행될 거다’ 이런 얘기를 계속할 건데, 잘 받아들여지면 문제가 없고 안 받아들여지면 또 한 번의 충격이 있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국내 정치 리스크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정치 이슈와 분리된 경제 여·야·정 협의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독주하는 美 경제에 “금리 인하 속도 다시 판단”
이 총재도 “미국이 (올해) 3번 정도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올해) 한 번이냐 ‘0번(동결)’이냐 아니면 올릴 수 있단 얘기도 많이 한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시작한 후 금리를 어떤 속도로 내릴지 다시 판단하는 게 좋다고 정리했다”고 말했다.
추경 카드 필요하지만 “전국민 지원은 안 돼”
문제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 상황에 추경 추진의 동력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감액한 예산까지 포함하면 20조 원 정도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며 대규모 추경을 제안했다. 하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화폐 포퓰리즘 공략을 위한 ‘이재명 대선용’ 추경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이 총재도 추경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전국민 지원을 골자로 한 민주당 안에는 사실상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 총재는 “자영업자가 어렵기 때문에 추경한다는 건데, 전 국민 대상으로 무차별 지원을 하는 것보다 자영업자를 타깃 해서 지원하는 거는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