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반발과 교육부의 호소에도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국립대학과 일부 사립대학이 정부 요청에 따라 동결을 결정했지만 상당 수 사립대학은 재정난을 이유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국적으로 부는 등록금 인상 붐
19일 이화여대는 등록금심의위원회가 17일 열린 3차 회의에서 올해 학부 등록금을 전년 대비 3.1%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가 등록금을 인상한 건 2008년이 마지막이다. 학교 측은 3.9% 인상을 제안했지만 학생 대표의 반대 등으로 인상률이 조정됐다. 이 학교 총학생회는 17일 3차 등심위 회의 전 기자회견을 열어 “재정이 부족하다면 6300억원 가량의 적립금을 먼저 사용하고 인상을 주장하는 명확한 사유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대(4.97%), 서강대(4.85%), 성공회대(5.1%), 성신여대(5.3%) 등 서울 유명 사립대들은 5% 안팎의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은 최근 3년 간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올릴 수 있으며 올해 법정 한도는 5.49%다.
고려·경희·연세·중앙·한국외·한양대 등도 등록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에서는 용인시에 소재한 단국대가 지난 8일 등심위에서 전년 대비 4.95% 인상을 의결했다. 광주시의 서울장신대(3.69%), 오산의 한신대(5.3%)도 인상을 결정했다. 가천·아주·인하대도 인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수도권 대학도 인상에 동참하고 있다. 부산교육대학교는 전국 교대 10곳 중 처음으로 등록금을 5.4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사립 중엔 대구의 영남대(5.4%), 부산의 신라대 등이 법정 상한선(5.49%)까지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 경남 인제대(5.48%)와 전북 원광대(4.85%)·전주대(4.75%) 등도 인상률을 확정했다.
교육부 회유, 학생 반발에도…“올해가 마지막 기회”
학생 반발은 확산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각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등록금 인상 공동대응’ 조직이 꾸려졌다. 22개 대학 총학생회 모임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전국 160여개교 대학생 총 168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결과를 공개하고 “응답자의 97.9%(1825명)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동결을 유도하고 나섰다. 동결 대학에는 교내장학금을 최대 10% 줄여도 국가장학금을 지급하고, 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30%를 인건비로 쓸 수 있게 하는 등 ‘당근’을 내밀었다.
그러나 대학들은 재정 결손을 이유로 인상이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회원교 총장 140명 중 105명(75%)이 향후 5년간 대학 재정 상태에 대해 “현재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등록금을 동결한 모 거점 국립대 총장은 “국립대도 지금 등록금을 계속 유지해선 혁신은커녕,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재정 지원을 늘리고 이를 각 대학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했다. 한 서울 유명 대학 총장은 “탄핵 국면에 접어들며 교육부 장악력이 약해진 올해가 인상의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한편 교육부 기조에 맞춰 동결을 결정한 대학도 나오고 있다. 거점 국립대 10곳(서울대·충북대·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과 군산대·순천대·창원대·한밭대·한경국립대 등 주로 국립이다. 사립대 중에는 서울 한성대, 경기 경동대 등이 동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