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반대 속 등록금 인상하는 대학들…“이번이 마지막 기회”

전국 대학 등록금 인상 공동대응 활동가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등교육 재정 확보를 촉구하며 공동대응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뉴스1

전국 대학 등록금 인상 공동대응 활동가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등교육 재정 확보를 촉구하며 공동대응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뉴스1

 
학생 반발과 교육부의 호소에도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국립대학과 일부 사립대학이 정부 요청에 따라 동결을 결정했지만 상당 수 사립대학은 재정난을 이유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국적으로 부는 등록금 인상 붐

 
19일 이화여대는 등록금심의위원회가 17일 열린 3차 회의에서 올해 학부 등록금을 전년 대비 3.1%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가 등록금을 인상한 건 2008년이 마지막이다. 학교 측은 3.9% 인상을 제안했지만 학생 대표의 반대 등으로 인상률이 조정됐다. 이 학교 총학생회는 17일 3차 등심위 회의 전 기자회견을 열어 “재정이 부족하다면 6300억원 가량의 적립금을 먼저 사용하고 인상을 주장하는 명확한 사유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대(4.97%), 서강대(4.85%), 성공회대(5.1%), 성신여대(5.3%) 등 서울 유명 사립대들은 5% 안팎의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은 최근 3년 간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올릴 수 있으며 올해 법정 한도는 5.49%다. 

고려·경희·연세·중앙·한국외·한양대 등도 등록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에서는 용인시에 소재한 단국대가 지난 8일 등심위에서 전년 대비 4.95% 인상을 의결했다. 광주시의 서울장신대(3.69%), 오산의 한신대(5.3%)도 인상을 결정했다. 가천·아주·인하대도 인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학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 이후연 기자

각 대학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 이후연 기자

  
비수도권 대학도 인상에 동참하고 있다. 부산교육대학교는 전국 교대 10곳 중 처음으로 등록금을 5.4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사립 중엔 대구의 영남대(5.4%), 부산의 신라대 등이 법정 상한선(5.49%)까지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 경남 인제대(5.48%)와 전북 원광대(4.85%)·전주대(4.75%) 등도 인상률을 확정했다.


교육부 회유, 학생 반발에도…“올해가 마지막 기회”

 
학생 반발은 확산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각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등록금 인상 공동대응’ 조직이 꾸려졌다. 22개 대학 총학생회 모임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전국 160여개교 대학생 총 168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결과를 공개하고 “응답자의 97.9%(1825명)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동결을 유도하고 나섰다. 동결 대학에는 교내장학금을 최대 10% 줄여도 국가장학금을 지급하고, 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30%를 인건비로 쓸 수 있게 하는 등 ‘당근’을 내밀었다.  

 

그러나 대학들은 재정 결손을 이유로 인상이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회원교 총장 140명 중 105명(75%)이  향후 5년간 대학 재정 상태에 대해 “현재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인상 반대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인상 반대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올해 등록금을 동결한 모 거점 국립대 총장은 “국립대도 지금 등록금을 계속 유지해선 혁신은커녕,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재정 지원을 늘리고 이를 각 대학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했다. 한 서울 유명 대학 총장은 “탄핵 국면에 접어들며 교육부 장악력이 약해진 올해가 인상의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한편 교육부 기조에 맞춰 동결을 결정한 대학도 나오고 있다. 거점 국립대 10곳(서울대·충북대·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과 군산대·순천대·창원대·한밭대·한경국립대 등 주로 국립이다. 사립대 중에는 서울 한성대, 경기 경동대 등이 동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