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입단을 결정하고 발표한 사사키 로키. AP=연합뉴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LA 다저스가 새로운 '악의 제국(evil empire)'으로 공고한 입지를 다졌다. 1년 전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잇달아 영입한 데 이어 또 다른 일본인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24)마저 낚아챘다.
사사키는 이번 MLB 스토브리그의 '크라운 주얼(crown jewel·가장 매력적인 자산)'로 꼽혔다. 25세를 넘지 않은 그는 미·일 프로야구 협정에 따라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닌 '국제 아마추어 선수'로 분류된다. 각 구단이 보유한 국제 영입 선수 한도액(515만 달러~756만 달러) 안에서 마이너리그 계약만 할 수 있다. 연봉도 최대 76만 달러(약 12억원)로 제한된다. 10년 7억 달러를 받는 오타니나 9년 3억2500만 달러에 사인한 야마모토와는 상황이 달랐다는 의미다.
일본 야구대표팀에 이어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사사키(앞줄 왼쪽), 오타니, 야마모토(뒤). 사진 MLB X 캡처
자연스럽게 여러 구단의 영입전이 치열하게 펼쳐졌는데, 결국 다저스가 이겼다. 사사키는 지난 18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저스를 새 팀으로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ESPN이 전한 사사키의 계약금은 650만 달러(약 95억원). MLB 사무국 공식 SNS는 이 소식을 알리면서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 투수가 잔뜩 쌓였다"고 표현했다. 다저스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다저네이션은 "리그 최강 선발진이 완성됐다. 어쩌면 MLB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선발 로테이션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썼다.
다저스는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올린 뒤에도 '선수 수집'을 멈추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막대한 자금력과 인기를 앞세워 '악의 제국'으로 군림한 뉴욕 양키스와 비슷한 행보다. 이미 지난해 12월 왼손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에게 5년 총액 1억8200만 달러(약 2542억원)를 투자했다. 스넬은 1년 전 FA 시장에 나왔다가 오타니와 야마모토에 밀려 '재수'를 택했는데, 이번엔 다저스가 기다렸다는 듯 품에 안았다. 다저스는 스넬에게도 당장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면서 스타플레이어를 끌어모으는 지급 유예(디퍼) 전략을 활용했다. 오타니(98% 디퍼), 무키 베츠(31% 디퍼), 프레디 프리먼(35% 디퍼)처럼 스넬도 계약 총액의 36%를 계약기간 이후에 받기로 했다.
사사키 로키의 투구 장면에 다저스 유니폼을 합성한 그의 첫 MLB 포토카드. 사진 TOPPS X 캡처
스넬과 사사키가 합류한 다저스 선발진은 올 시즌 양적·질적으로 적수가 없어 보인다. 사사키는 지난해 시속 165㎞의 광속구를 던져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구속 기록을 세웠다. 2022년 4월엔 20세 5개월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퍼펙트게임을 달성했고, 한 경기 19탈삼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도 남겼다. 나이가 어려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지만, 당장 빅리그 선발진에 합류해도 손색이 없다. 실제로 MLB 네트워크는 올 시즌 다저스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스넬, 오타니, 야마모토, 타일러 글래스노우, 사사키 순으로 예상했다. 그 뒤로는 클레이튼 커쇼, 토니 곤솔린, 보비 밀러, 더스틴 메이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ESPN이 "다음 시즌 다저스는 최소 6선발 체제로 한 시즌을 치를 것"이라고 전망할 만하다.
야수진도 탄탄하다. 지난해 우승 멤버에 수비 잘하는 새 얼굴까지 가세했다. 최근 다저스에 입단한 2루수 김혜성은 1루수 프리먼, 유격수 베츠, 3루수 맥스 먼시와 함께 내야 주전 예상 멤버에 이름을 올렸다. 포수는 윌 스미스, 좌익수는 마이클 콘포르토, 중견수는 토미 현수 에드먼, 우익수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예상 라인업이다. 지명타자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오타니다.
MLB 네트워크가 예상한 2025 다저스 예상 선발 라인업. 사진 MLB 네트워크 X 캡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일본 프로야구 현역 최고 홈런 타자인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가 MLB 진출을 앞두고 있다. 미국 언론은 이미 "오타니, 야마모토, 사사키를 모두 다저스에 빼앗긴 양키스가 무라카미 영입에 올인할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다저스는 이미 일본 선수들에게 '꿈의 구단'이다. 그들의 우상인 오타니가 뛰고 있고, 일본 최고 선수들이 잇달아 둥지를 틀었다. 무라카미는 최근 다저스 모자를 쓰고 식사하는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