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철 SK 감독이 이끈 '크블몽' 팀은 1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4~25시즌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조동현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의 '공아지' 팀을 142-126으로 물리쳤다. 관중 9053명이 사직체육관을 가득 채운 가운데 이날 올스타전은 KBL 캐릭터인 'KBL 프렌즈'의 크블몽과 공아지의 이름을 딴 두 팀의 대결로 펼쳐졌다.
크블몽 팀의 워니는 기자단 투표 77표 중 66표를 받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연속이자 통산 두 번째 수상이다. 상금은 500만원. 워니는 이날 41점 19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올리는 원맨쇼를 펴치며 코트를 장악했다. 득점과 리바운드 모두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았다.
워니에게 이번 올스타전 MVP는 의미가 남다르다. 마지막 올스타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겨우 만 31세인 그는 지난달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적었다. 이날 경기 후에도 "기량 때문에 은퇴하는 건 아니다. 미국에 누나와 조카가 있는데, 이제 아이가 입학할 나이가 된 만큼 아버지의 부재를 채워줄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아직은 내 마음엔 변화가 없다.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동기부여가 된다"며 "아직 내 삶은 많이 남아 있지만, 농구 외에 다른 곳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국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출신 센터 워니는 2019년부터 SK 유니폼을 입고 뛰며 KBL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워니는 2021~22, 22~23시즌 연속 득점왕에 오른 것을 비롯해 한국 무대에서 득점 3위 바깥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올 시즌도 경기당 평균 24.5점(전체 1위) 12.7리바운드(1위) 0.9블록(5위)을 기록하며 SK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그는 미국 뉴저지 출신 워니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가족과 친지 여럿을 한 번에 잃었다. 한국 팬과 동료들이 그에게 버팀목이 된 덕분에 KBL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번 올스타전은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 외에도 볼거리가 많았다. 경기에 앞서 한 명씩 차례로 소개된 선수들은 자기 입장곡에 맞춰 춤을 추며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중 SK 가드 김선형이 걸그룹 에스파의 '위플래시'(Whiplash)에 맞춰 포인트 안무인 '뒷목 잡기춤'으로 '예쁜' 춤선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전희철-조동현 감독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가수 로제의 '아파트'에 맞춰 댄스를 펼쳤다. 1쿼터 중반엔 '오징어게임'에 나온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이벤트 게임으로 진행했다.
허웅(KCC)이 '영희' 역할을 맡은 크블몽 캐릭터의 눈을 피해 가장 먼저 림에 공을 꽂아 넣어 우승을 차지했다. 2쿼터 시작과 동시에 전희철 감독과 조동현 감독이 심판으로 나섰다. 관심을 모은 3점 슛과 덩크 콘테스트는 서울 삼성 소속 선수들이 싹쓸이했다. 삼성 최성모는 3점 슛 콘테스트 결선에서 26점을 기록하며 우승했다. 조준희는 골대 아래 여성 팬 한 명을 세워 두고 그 키를 뛰어 넘고 원 핸드 덩크를 성공해 50점 만점으로 덩크왕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