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입은 尹, 1차 조사 거부…공수처 '강제 연행' 초강수 두나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1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통보에 불응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1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통보에 불응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체포된 데 이어 19일 구속까지 되면서 그의 내란 수괴 혐의를 둘러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강제수사도 5부 능선을 넘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양복 대신 수의를 입은 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47일 만의 일이다.

 
임기를 3년도 채우지 못한 채 구속 수감된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공수처의 출석 통보에 불응한 채 수사 거부 기조를 이어갔다. 예정된 출석 시간을 앞두고 구치소에 접견을 온 변호인단과 상의한 뒤 내린 결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 목적이 아닌 데다, 설령 내란 혐의 수사가 필요하다 해도 공수처는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한 직후 첫 조사를 제외하곤 아직 윤 대통령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상태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한 직후 첫 조사를 제외하곤 아직 윤 대통령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상태다. 뉴스1

체포된 후로 공수처 조사 거부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2차 체포영장 집행 직후 이뤄진 1차 조사를 제외하곤 줄곧 공수처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1차 조사의 경우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에 ‘공수처 조사실’이 인치 장소로 명시돼 있어 강제로 끌려 왔는데, 이 자리서도 “계엄은 대통령의 통치 권한”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 이외에 검사 질문엔 일체 진술을 거부했다.

 
1차 조사 후 서울구치소의 ‘구인 피의자 거실’에 도착한 뒤에는 지난 16·17일 2~3차 조사를  위한 출석 통보에 모두 불응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서부지법의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 구속적부심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수처는 일단 20일 오전 10시로 조사 일정을 재통보하고 윤 대통령의 출석을 기다릴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수의를 입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수의를 입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에 대한 3차례의 소환조사 요구와 2차례의 체포영장 집행, 구속영장 발부에 한 달 넘는 시간을 쓴 공수처로선 수사를 이어가기 위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구속영장 발부로 20일(체포기간 포함)의 강제수사 기간을 확보했지만, 이 중 10일은 검찰과 나눠 써야 하는 탓에 실제 공수처에 남은 시간은 1주일 남짓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20일에도 출석을 거부할 경우 조사실로 강제 인치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출석 거부 사태를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공수처 수사는 권한 없는 기관의 불법 수사”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구속영장의 효력을 바탕으로 구치소에서 윤 대통령을 강제 인치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를 검토하고, 인치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변수를 짚어보고 있다. 공수처 검사가 직접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윤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구속 피의자에 대한 강제 인치의 경우 구속영장의 효력만으로도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2013모160)가 있다. 앞서 2011년 7월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A씨가 피의자신문을 위한 출석을 거부하자 교도관을 통해 국가정보원 조사실로 A씨를 끌고 갔다. A씨는 불법적인 강제 인치라고 반발했으나 대법원은 2013년 “구속영장 발부에 의하여 적법하게 구금된 피의자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한다면 구속영장의 효력에 의하여 피의자를 조사실로 구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강제 인치에 대한 규정은 없고 판례에서만 인정하고 있어 검토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8년 동부구치소에 수감됐으나 검찰의 출석 통보에 불응했다. 결국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없이 기소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8년 동부구치소에 수감됐으나 검찰의 출석 통보에 불응했다. 결국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없이 기소했다. 연합뉴스

MB는 추가 조사 없이 기소 

실제 2018년 110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동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출석 통보에 수차례 불응했음에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끝내 강제 인치에 나서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검사의 방문조사 역시 거절했다. 검찰은 결국 추가 조사 없이 이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다 해도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할 수 있는 정도로 관련 수사가 진전됐다고 보고 있다. 여인형(방첩)·곽종근(특전)·이진우(수방) 사령관 등 군 지휘부와 조지호 경찰청장 등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주요 피의자 신문조서와 관련 증거를 검찰·경찰에서 송부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검찰 조사 등에서 국회 통제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탈취, 정치인 체포 등 계엄 당시 국헌 문란 행위는 대부분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