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중국인 간첩들 체포…“군 기지 등 정찰”

필리핀 당국에 검거된 중국인 간첩 덩 위안칭(오른쪽에서 2번째)이 20일(현지시간)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경찰에 의해 호송되는 모습. EPA=연합뉴스

필리핀 당국에 검거된 중국인 간첩 덩 위안칭(오른쪽에서 2번째)이 20일(현지시간)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경찰에 의해 호송되는 모습. EPA=연합뉴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대립하는 필리핀에서 군 기지 등을 정찰해온 중국인 간첩이 체포됐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국가수사청(NBI)은 중국 소프트웨어 기술자 덩 위안칭과 그의 필리핀인 운전사 2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필리핀 내 군사 시설 등 중요 인프라를 정찰, 관련 데이터를 중국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NBI는 덩의 차량에서 표적 시설의 3차원(3D)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기기 등 스파이 장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군 기지·지방정부 사무실·발전소·경찰 시설·기차역·쇼핑몰 등 중요 인프라를 자주 방문했다고 NBI는 전했다. 또 필리핀과 미국 간 협정을 통해 미군에 개방된 시설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NBI의 사이버범죄 담당 책임자인 제러미 로톡은 “이들은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다”며 “우리나라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해외로 전송하는 원격 애플리케이션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덩은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공정대학 소속으로 여권에 따르면 최소 5년 동안 필리핀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NBI는 덩이 속한 일당을 뒤쫓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하드웨어 기술자 여러 명과 재무 담당자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주당 150만 페소(약 3700만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미오 브라우너 필리핀군 참모총장도 지난 달 다른 중국인 스파이 용의자를 체포했으며 그의 차량에서 스파이 장비와 군 기지·경찰 시설의 이미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최근 필리핀 중부 해역에서 중국 것으로 의심되는 수중 드론(무인잠수정·UUV)이 발견됨에 따라 중국인 간첩 사건 2건과 이 UUV가 서로 연관돼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브라우너 참모총장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