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00억, SK 80억, 한화 56억…‘트럼프 2기' 불붙는 對美 로비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트럼프 2기’를 맞아 한국 주요 대기업의 대(對)미 로비 금액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한국 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맞춰 미국 정부·의회 로비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23일 미국 상원이 접수한 한국 기업의 로비 신고 내용을 보면 삼성은 지난해 698만 달러(100억3000만원)를 로비에 지출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SDI·이매진 등 회사가 로비했다. 로비 명목은 지식재산권(IP), 한미 관계, 국방수권법, 외국기업의 대미 투자, 반도체법, 공급망 등이었다. 로비 신고 내용을 집계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삼성의 대미 로비액은 2021년 372만 달러→2022년 579만 달러→2023년 630만 달러로 꾸준히 늘었다.

로비 규모 2위는 SK다. SK는 559만 달러(80억3000만원)를 대미 로비에 썼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정책, IRA, 인공지능(AI), 전기차, 청정에너지, 제약 등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목적에서다. SK는 다만 2021년(612만 달러)에 유독 로비 규모가 컸다. 당시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터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제품 수입 금지를 막기 위해 정부·의회를 상대로 로비전이 치열했다.

SK 다음으로 로비에 돈을 많이 쓴 기업은 한화로 391만 달러(56억2000만원)를 지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 규모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순위(7위) 대비 두드러진 로비 규모다. 한화는 트럼프가 주목한 조선은 물론이고 방위산업 등 주요 사업군의 미국 시장 공략이 중요한 회사다. 한화가 미 상원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관세와 관련해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했다. 한화의 대미 로비 규모는 2021년 64만 달러→2022년 90만 달러→2023년 158만 달러로 꾸준히 늘었다.

현대차가 328만 달러(47억1000만원)를 지출해 뒤를 이었다. 기아차·현대제철·슈퍼넬·보스턴다이내믹스 등 회사가 로비에 뛰어들었다. 수소와 연료전지 정책 및 인프라, 전기차 인프라와 세제 혜택 정책 등 명목으로 지출했다. 현대차는 2021년 291만 달러→2022년 336만 달러→2023년 323만 달러를 지출해 로비 규모가 엇비슷했다.


LG는 90만 달러(12억9000만원)를 로비에 지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4만 달러(3억4000만원)를 썼다. SK이노베이션과 분쟁을 벌인 2021년(120만 달러)의 2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미 로비는 보호무역주의 추세에 따라 (비용보다) 선제 투자 성격이 커졌다”며 “올해가 트럼프 2기 첫해라 각종 정책을 쏟아낼 예정인 만큼 대미 로비 규모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