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변호사의 ‘죄와 벌’] 선제적 범죄 예방 딜레마
18년간 1946명 선도했는데 10명만 재범
이후 존 오거스터스는 18년 동안 1946명의 대상자를 선도했는데 이중 재범을 저지른 사람은 놀랍게도 단 10명에 불과했다. 단순히 보호만 한 것이 아니라 대상자를 특성에 따라 분류하고 환경을 개선하고 개개인의 상태를 조사해서 보고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는 등의 체계적인 활동도 추가로 했다. 영미에서 보호관찰을 가리키는 ‘프로베이션’(probation)이라는 용어도 그가 직접 만들었다. 그래서 존 오거스터스는 보호관찰의 아버지로 불린다. 이후 보호관찰 제도는 영국(1887년), 독일(1922년), 일본(1949년)에서도 입법화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에야 성인에 대한 보호관찰이 도입되었다. 2013년에는 살인, 강도 등 중범죄자에 대해서는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친 뒤에도 재범 위험성이 있을 경우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보호관찰을 실시하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법무부에는 ‘범죄예방정책국’이 있고 그 산하에 전국 60여 개 준법지원센터(구 보호관찰소)가 있는데 여기서 가장 많은 인력과 시간을 쏟는 일이 보호관찰이다. 전과자가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람이 따라다니면서 감시하는 것이다. 2023년에 나온 드라마 ‘이로운 사기’는 보호관찰관을 주인공으로 삼은 최초의 드라마이다. 보호관찰관 고요한(윤박 분)은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이나 가석방된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집 앞에서 제때 귀가하는지를 살펴보기도 하고, 대상자 앞에 불쑥 나타나서 어디를 다녀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를 물어보기도 한다. 2024년에 나온 드라마 ‘무도실무관’도 보호관찰관과 동행하는 무도실무관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다. 현실의 보호관찰관도 정기적으로 대상자를 면담하면서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직장은 잘 다니는지, 과거 공범을 만나는지를 확인한다. 음주 제한이 있는 대상자에 대해서는 음주 측정도 한다.
현재 전국의 전자발찌를 부착한 4000여 명의 대상자들을 서울과 대전의 중앙관제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다. 필자는 TVN ‘알쓸범잡’ 촬영 때 서울의 중앙관제센터에 가보았는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것처럼 커다란 화면에 지도를 바탕으로 5000여 명의 전자발찌 부착자들에 대한 각종 정보가 종류별로 떠 있었다. 전자발찌 부착자가 학교나 유치원과 같은 출입금지구역에 진입하거나 기타 준수사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경고음이 울린다. 대상자가 이동할 때에는 이동 속도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그가 걸어가는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지, 차를 타고 가는지도 알 수 있다. 수상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으면 전화를 걸어보기도 하고 대상자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5분 대기조가 출동한다. 피해자의 위치도 파악되기 때문에 전자발찌 부착자가 피해자의 반경 1㎞ 범위 안에 들어가게 되면 경고음이 울린다. 전자발찌를 부착하기 시작한 이후 기존에 비해 살인의 재범률은 4.9퍼센트서 0.1퍼센트로, 성폭력범죄도 기존에 14.1퍼센트에서 2022년 현재 0.73퍼센트로 감소했고 유영철·정남규·강호순과 같은 연쇄살인범이 거의 사라졌다.
보호관찰관이 이렇게 범죄자를 개별적으로 관리, 관찰하고 있다면 아무래도 재범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보호관찰 대상자가 보호관찰을 받는 중에 범죄를 또 저지르는 비율은 7퍼센트 정도이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람이 3년 내에 재범으로 다시 교도소에 수감되는 비율인 재수감율이 25퍼센트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효과가 뚜렷하다.
그러나 이렇게 밀착해서 관리하는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대상자들이 잘 협조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심심치 않게 대상자가 보호관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흉기를 휘두르거나 돌로 내리찍으려고 하는 일도 있다. 보호관찰관을 상대로 각종 고소, 고발을 해서 괴롭히는 대상자들도 적지 않다. 대상자가 자살이나 사고로 죽으면 시신에서 전자발찌를 제거하는 일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인력은 많이 부족해서 보호관찰관 1인당 대상자가 100명을 넘는 실정이다. 보호관찰관 1인당 대상자가 영국이 15명, 일본이 21명, 미국이 54명인 것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 보호관찰관의 스트레스가 119구급대원의 4배가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법무부에서 일하면서 보호관찰관들의 고충을 많이 듣게 되었는데, 얼핏 느끼는 인상은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한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 범죄예방관리국은 범죄가 일어날 일시, 장소를 정확히 예측한 다음 존 앤더턴(톰 크루즈 분) 팀장을 범행 예상 현장으로 급파해서 살인을 막고 범인도 체포한다. 가령 자신의 아내가 자기 집 침대에서 다른 남성과 동침하려는 것을 목격한 남편이 내연남을 죽이려는 순간 존 앤더턴이 뛰어들어 살인을 막고 그 남편을 살인미수죄로 체포하는 식이다. 이처럼 범죄를 저지르기 직전에 공권력이 출동해서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정말 범죄가 거의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말고 현실에서도 언젠가 이런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을까.
국민 사생활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검열
사람의 마음은 유동적이어서 그 사람이 언제, 어디서 범죄를 저지를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로도 사람별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대략적으로는 파악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면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상품들이 추천되고 있다. SNS나 인터넷 검색창에서 내가 어떤 단어를 검색하는지, 어떤 영상에 오래 머무는지, 검색하는 시간대가 어떤지, 얼마 정도 소비하는지와 같은 정보를 수집해서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폭력적인 어휘를 자주 쓰고 폭력적인 영상을 자주 보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 특정인을 상대로 “죽여버리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폭력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게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예측 시스템은 윤리적, 민주적 정당성 논란을 수반할 것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검열하는 측면이 있고 권력이 국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중국의 경우에는 모든 국민의 얼굴이 정부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고 거의 모든 장소에 CCTV가 설치되어 있으며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면 시스템에서 경보가 울리는 장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시스템 아래에서는 정부의 감시와 간섭은 심해지지만 범죄는 줄어든다. 그렇지 않은 시스템에서는 반대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할수록 우리 사회가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도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