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이혼' 트럼프도 재산 지켰다…요즘 韓부모들 관심끈 계약

부부싸움. [사진 pixabay]

부부싸움. [사진 pixabay]

최근 구독자 3억4000만명을 보유한 세계 1위 유튜버 ‘미스터비스트(지미 도널드슨)’가 결혼을 앞두고 ‘혼전계약서’를 작성해 눈길을 끌었다. 연간 9000억원을 버는 그는 이혼할 경우 ‘유튜브 수입과 브랜드 계약에 대해선 부인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배우ㆍ운동선수ㆍ정치인 등 유명 인사가 혼인 전 부부재산에 관한 계약(혼전계약서)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저서인「트럼프의 부자 되는 법」에서 “아무리 사랑해도 혼전계약서를 쓰라”고 강조했다. 떠들썩한 세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거친 과정에서 혼전계약서로 경제적 손실을 줄인 조언이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한국에서도 고액자산가 중심으로 혼전계약서에 관심이 많다. 법무법인 우일의 방효석 변호사는 “자산가들은 자녀들 결혼 전에 아파트나 상가 등 부동산을 물려주는 경우가 많다”며 “혹시라도 자녀가 이혼할 경우 증여 재산도 분할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사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의 A 변호사도 “아무래도 이혼이 급증한 이유가 크다”며 “실제 지난해 한 고객은 아들 결혼 전에 증여한 20억 상당의 서울 아파트는 (아들 부부가) 이혼하더라도 며느리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계약서를 써두고 싶어했다”고 들려줬다.

 
민법에 따르면 국내서도 부부가 혼인 전에 미리 부부 재산에 관한 계약인 ‘부부재산약정’을 맺을 수 있다. 부부 각자가 결혼 전 소유한 재산(특유재산)을 놓고, 이혼 후 소유권과 관리 주체를 구분해 작성해 ‘이혼계약서’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이혼계약서를 썼다고 100% 법적 효력이 생기는 건 아니다.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아직 국내 가정법원에선 혼전계약서를 체결했더라도 부부의 재산 형성 기여도에 따른 재산 분할을 우선순위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계약서를 써두면) 혼인 전 모은 재산에 대해선 상대방 기여도가 낮다고 주장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효석 변호사도 “이혼계약서는 법적 효력은 제한적이지만, 적어도 결혼 전 부모에게 물려받거나 (스스로) 모은 특유재산을 지키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이 꼽는 이혼계약서의 핵심은 부부의 재산 목록이다. 결혼 전 각자의 자산별 규모는 물론 급여 등도 구체적으로 적을수록 유리하다. 부채(빚)가 있을 땐 빚의 용도, 원금과 이자 갚는 방식 등을 정확하게 작성해야 재산 다툼을 줄일 수 있다. 다만 급여나 퇴직금 등은 부부의 공유재산으로 간주해 이혼할 때 재산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이혼계약서를 한번 체결하면 사기나 강박, 강요 등을 제외하고 부부 합의에 따라 해지하거나, 내용을 바꾸는 게 어렵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양소영 변호사는 “무엇보다 결혼 전 부부끼리 혼전계약서에 대해 충분히 소통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며 “재산 목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상해 다투다가 결혼마저 깨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