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재가 한국인 발레리노 최초로 로잔발레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EPA=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09/ced43fa6-71b5-497b-b34e-b67a4e2ca7fe.jpg)
박윤재가 한국인 발레리노 최초로 로잔발레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EPA=연합뉴스
8일(현지 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로잔 발레 콩쿠르 결선 후 박윤재는 1위로 호명됐다. 한국인 남성 무용수의 이 대회 우승은 사상 최초다. 발레리나의 경우 1985년 강수진(57)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한국인으로는 처음 이 대회에서 입상했고, 2005년 김유진(37)이 1위를 차지했다. 이후 박세은(35)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수석무용수)이 2007년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23년에는 박상원(20‧3위) 등 한국 무용수 3명이 이 콩쿠르에서 한꺼번에 입상해 세계 발레계에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에는 한국인 입상자가 없었다가 올해 1위 박윤재와 8위 김보경(17·부산예고) 두 명의 수상자를 냈다.
로잔 발레 콩쿠르는 바르나‧잭슨‧모스크바‧파리 콩쿠르와 함께 세계 5대 발레 콩쿠르로 꼽힌다. 스위스 로잔에서 매년 2월 열리며 올해 53회째를 맞았다. 신예 무용수들이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무대다. 강수진, 박세은과 함께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 서희(39)도 지난 2003년 4위에 오르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 스타들도 이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전 세계 발레계에 이름을 알렸다.
15~18세 발레 무용수들에게 세계적인 발레 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매년 8, 9명 정도가 ‘장학생’으로 선발되며, 마지막에 호명되는 무용수가 1위 장학생이다. 박윤재는 이날 특별상 격인 ‘최우수 인재상(Best Young Talent Award)’도 함께 받았다.
![세계적인 발레 콩쿠르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윤재가 결선 무대를 선보이는 모습. EPA=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09/d80ca532-db5c-4616-adb3-92dc31e6bd84.jpg)
세계적인 발레 콩쿠르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윤재가 결선 무대를 선보이는 모습. EPA=연합뉴스
몇 분간 무대에서 선보이는 연기를 평가하는 다른 콩쿠르와 달리 로잔 발레 콩쿠르는 1주일간 발레 수업을 하며 참가자들의 기본기와 수업에 임하는 자세 등을 종합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일 시작된 올해 본선에는 85명의 무용수가 참가해 기량을 겨뤘고, 이 중 20명이 결선 무대에 올랐다. 한국 무용수로는 박윤재와 김보경을 비롯해 성지민(17), 안지오(16) 등 4명이 결선을 치렀다. 박윤재는 결선 무대에서 고전 발레 ’파리의 불꽃’과 컨템포러리 발레 ‘레인’을 각각 선보였다. 그는 185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있는 동작과 뛰어난 음악적 표현력까지 곁들여진 기량으로 심사위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국 발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박윤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하 한국예술영재교육원, 계원예중을 거쳐 현재는 서울예고에 재학 중이다. 지난 2020년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재학 당시 제6회 대한민국무용콩쿠르 클레식 발레 초등 6학년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일찌감치 ‘발레 영재’로 두각을 드러냈다.
올해 2학년에 올라가는 박윤재를 가르친 안윤희 서울예고 발레과 교사는 “입학 시험 당시부터 첫눈에 재능 가득했던 학생”이라며 “수업에서는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열정도 대단했다“고 전했다. 박윤재를 초등 3~4학년 때 지도했던 경기도 분당 이화발레에뚜왈 강연종 원장은 “누나를 따라 발레를 시작해 발레를 좋아하고 즐거워하면서 배웠다”며 “팔ㆍ다리가 길어 신체 조건이 좋았고, 타고난 ‘끼’가 있었다”고 말했다.
1위로 본인 이름이 불리자 벅찬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한 박윤재는 “발레를 시작한 다섯 살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꿈꿔왔던 꿈의 무대인 프리 드 로잔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데, 파이널(결선) 무대에 서고 큰 상까지 받게 돼 너무나 기쁘고 믿기지 않는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도해주신 스승님과 누나, 서울에서 응원해준 부모님과 친구 들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8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로잔발레콩쿠르에서 박윤재가 1위로 호명됐다. 로잔발레 콩쿠르 인스타그램 캡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09/66305ba8-dd22-4934-9541-3c0e609d268d.jpg)
8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로잔발레콩쿠르에서 박윤재가 1위로 호명됐다. 로잔발레 콩쿠르 인스타그램 캡쳐.
이번 수상에 대해 유니버설발레단 등에서 활동한 정옥희 무용평론가는 “로잔 발레 콩쿠르는 완성된 무용수가 스포츠처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학생으로서의 무용수가 수업을 받는 과정을 두루두루 평가한다”며 “박윤재가 기술적 부분뿐 아니라 다양한 역량을 지녔고 향후 더 좋은 무용수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 비평가는 또 이번 콩쿠르 결선 진출자 20명 중 4명이 한국 무용수인 점을 들며 한국 발레 육성 시스템도 한층 더 높게 평가를 받게 된 것이라는 의미도 짚었다. 그는 “과거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 무용수들이 테크닉은 좋지만 해석과 같은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게 사실”이라며 “국내에서 교육을 받는 박윤재의 로잔 발레 콩쿠르 수상은 한국 무용 교육 시스템의 우수성을 평가받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