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27% AI가 대체한다...의사·판사는? 내 직업은?

딥시크와 챗GPT 어플리케이션. EPA=연합뉴스

딥시크와 챗GPT 어플리케이션. EPA=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저출생·고령화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AI가 기존 노동력을 대체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를 보완해 시너지를 낸다면 생산성을 최대 3%,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13%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0일 한국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공동 집필한 ‘AI와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저출생·고령화로 노동 공급이 줄면 2023~2050년 한국 GDP가 16.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I 도입 시 이 감소 폭을 5.9%로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본 투자나 생산성이 고정돼 있다는 전제 아래 생산인구 감소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AI 기술이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AI 활용 정도에 따라 총요소생산성(총생산에서 노동과 자본의 직접 기여분을 제외한 나머지 생산의 효율성)은 1.1∼3.2%, GDP는 4.2∼12.6%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봤다. 또한 AI 관련 칩 개발로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2030년까지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보고서엔 국내 일자리의 절반 이상(51%)이 AI로 대체될 위험에 처했다는 경고도 담겼다. 다만 그 영향은 AI 노출도와 보완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AI 노출도는 특정 직업이 수행하는 직무가 AI에 의해 어느 정도 대체 가능한지를, AI 보완도는 직업의 사회적·물리적 속성으로 AI에 대체되지 않고 얼마나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뜻한다. 

전체 근로자의 24%는 AI 노출도와 보완도가 모두 높아서 AI를 활용할수록 생산성이 향상되고 소득이 증가하는 등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판사, 외과의사 등이 대표적이다. 업무 특성상 AI에 많이 노출되지만, AI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감독하에 두고, 실질적 업무는 본인이 수행하게 된다는 의미다. 특히 여성, 청년층, 고학력·고소득층일수록 AI 노출·보완도가 함께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AI는 위기가 아닌 기회일 수 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하지만 근로자의 27%는 AI 노출도만 높고 보완도는 낮아서 AI 때문에 실직하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통신 관련 판매 종사자, 회계·경리 사무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국의 AI 준비지수는 165개국 중 15위로 평가됐다. 4가지 세부 항목 중 혁신 및 경제 통합 분야는 3위를 기록했고, 규제 및 윤리(18위), 디지털 인프라(18위)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고도화된 통신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잘 대응할 수 있을 거란 의미다.  

다만 국내 AI 도입률은 자산 규모 상위 25%인 대기업, 설립 5년 미만인 신생 기업이 더 높았다. 특히 2023년 기준 국내 대기업의 48%가 이미 AI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따라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은·IMF 연구진은 AI를 활용해 노동시장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AI 고노출·저보완 직군에서 고노출·고보완 직군으로 이동하는 비율(2009~2022년 중 평균 31%)을 더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 구조는 근로자의 일자리 전환을 어렵게 만들 수 있고, 특히 고령층에 큰 어려움이 될 것”이라며 “교육 및 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취약 계층의 AI 전환 적응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