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 한 상점. 투자 목적의 골드바를 사거나 높은 가격에 금 장신구를 파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수민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1/8e64e72d-f356-43b8-a87f-562dcdf0df69.jpg)
10일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 한 상점. 투자 목적의 골드바를 사거나 높은 가격에 금 장신구를 파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수민 기자
지난해 초까지는 ‘비싸다, 비싸다’ 해도 한 돈짜리 돌반지 5~6개는 하루에 그냥 나갔죠. 요샌 뚝 끊겼어요. 그나마 반 돈짜리만 일주일에 2~3개씩 나가요.
10일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 상인 신동교(53)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27년 장사하면서 돌반지가 이렇게 안 팔리긴 처음”이라며 “상인들 입장에선 세공비가 주 수입원인데, 금값이 갑자기 오르니 선물 목적의 제품을 찾는 실수요자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10일 서울 종로 귀금속거리 한 상점에서 팔리고 있는 골드바. 금 장신구 선물 대신 투자 목적의 골드바 수요가 늘었다. 이수민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1/b453414c-222d-4efb-b315-7d1fb01331a3.jpg)
10일 서울 종로 귀금속거리 한 상점에서 팔리고 있는 골드바. 금 장신구 선물 대신 투자 목적의 골드바 수요가 늘었다. 이수민 기자
연일 고공 행진하는 금값에 백일·돌반지 등 순금을 주고받던 문화가 옅어지는 추세다. 과거 아이가 무사히 첫 생일을 맞이한 것을 축하하는 의미와 함께 비상금으로 사용하라는 뜻에서 순금 반지를 선물하는 관례가 있었지만, 높은 금값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귀금속 판매원 정모(63)씨는 “요즘 10명 중 7~8명은 투자 목적의 ‘골드 바’를 사러 오는 고객”이라며 “간혹 돌반지나 결혼 예물 등을 보러 왔다가도 가격을 듣고는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한다”고 했다.
![10일 서울 종로 귀금속거리 한 상점 진열대에 오른 반 돈 반지. 금값이 올라가자 한 돈보다는 반 돈 돌반지가 많이 팔리고 있다. 이수민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1/6caa3364-910a-46d8-b891-b35c9cfd2d1d.jpg)
10일 서울 종로 귀금속거리 한 상점 진열대에 오른 반 돈 반지. 금값이 올라가자 한 돈보다는 반 돈 돌반지가 많이 팔리고 있다. 이수민 기자
반면 ‘반 돈 반지’ 또는 ‘1g 금반지’를 찾는 고객은 비교적 많아지는 추세다. 이날 한국표준금거래소 24K 순금 한 돈 시세는 58만 2000원으로 전날 대비 1000원(0.17%) 상승했다. 여기에 세공비·부가세 등을 더하면 돌반지 한 돈은 약 60만원에 달한다. 한 돈 대신 토끼·양 모양의 반 돈 반지를 꺼내 놓은 상인 최모(54)씨는 “아무리 직계 가족이라 해도 한 번에 60만원 상당 선물은 무리가 되는 것 같다”며 “반 돈 반지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무게가 덜 나가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금제품을 찾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맘 카페 등에선 1g 반지 사고파는 곳 등 정보가 공유되고, 선물로 준 후기도 다수 올라왔다. 네이버쇼핑·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소셜커머스 플랫폼에서 ‘돌반지’를 검색하면 0.5g 반지, 1g 금수저와 같은 제품이 추천 상품으로 제시됐다. 최근 자녀의 돌을 맞아 카카오톡으로 20만원 안팎의 1g 반지를 선물 받았다는 A씨는 “요새 한 돈은 받기에도 민망한 가격이다. 1g이 딱 적당한 것 같다”고 했다.
![10일 커머스 플랫폼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올라온 돌반지 추천 항목. 0.5·1g 반지 등이 상단에 떠 있다. 사진 카카오톡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1/696be549-7725-49c6-af02-35591e4a87c2.jpg)
10일 커머스 플랫폼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올라온 돌반지 추천 항목. 0.5·1g 반지 등이 상단에 떠 있다. 사진 카카오톡 캡처
아예 금 대신 현금이나 실용성 있는 선물을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 한 달 후 조카 첫 돌을 앞둔 직장인 박모(31)씨는 “차라리 아이 옷을 살 수 있도록 30만원 상당 백화점 상품권을 준비할까 고민 중”이라며 “비슷한 가격의 금반지는 너무 얇고 크기가 작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돌 선물로 동화 전집이나 푸쉬카(차 모양 유아차), 신발 등이 인기 선물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젊은 층일수록 선물의 의미보다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경기도 어려운데 비싼 순금 선물을 고집하기보다 평상시에 잘 쓸 수 있는 물건 위주로 소비의 다양화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