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에게 피살된 8살 김하늘양. 빈소가 마련된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 알림판에 하늘양이 환하게 웃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1/c745d1ee-5946-431e-a738-f27ef8b506d8.jpg)
지난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에게 피살된 8살 김하늘양. 빈소가 마련된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 알림판에 하늘양이 환하게 웃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하늘양 유족 "가해 교사가 계획범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피살된 초등학교 1학년 김하늘(7)양의 아버지 김모(38)씨는 1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분노했다. 그는 “가해 교사의 완벽한 계획 살인으로 생각한다”며 “그 피해자가 내 딸이라는 게 아직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인터뷰 중 한 지인의 전화를 받은 김씨는 “그 학교에서 당한 게 하늘이에요…”라며 흐느꼈다.
김씨는 “하늘이는 맞벌이하는 부모가 힘들까 봐 늘 응원해줬던 아이”라며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동생도 잘 돌보고 엄마·아빠 속 한번 썩이지 않았다. 그런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한 내 잘못이 크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김씨에 따르면 하늘양은 정규수업을 마치는 오후 1시쯤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이 학교 2층의 한 교실로 이동한다.
맞벌인 김씨 부부는 지난주부터 하늘양이 돌봄교실을 마치는 오후 4시40분쯤 미술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미술학원 수업은 일주일에 3번(월·수·목요일). 수업이 없는 화·금요일은 하늘양의 할머니가 하교를 시켜줬다. 지난주 목요일에 이어 지난 10일이 미술학원의 두번째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김씨는 “미술학원을 가게 됐을 때도 잘 다닐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나와 아내를 위로해줬다”며 “학원을 보내지 않았으면 하늘이는 오늘도 학교에 있었을 텐데…. 학원만 안 보냈어도”라며 울먹였다.
![11일 김하늘양 빈소가 마련된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조문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1/852f8eb5-7990-445b-be1a-3688240fe0ad.jpg)
11일 김하늘양 빈소가 마련된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조문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학원만 안보냈어도…" 미술학원 두 번째 수업 날 참변
김씨는 “학원 승합차가 도착해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하자 돌봄교사가 하늘이를 교실 밖으로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교실을 나와 1층으로 향하는 하늘이를 A씨가 유인한 뒤 2층 시청각실로 유인해 살해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A씨가 돌봄교사는 아니었지만, 해당 교실 사정을 잘 아는 교사였기 때문에 오후 4시40분쯤 하늘양 혼자 하교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씨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A씨가 미리 준비 한 점도 계획범죄를 의심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사건 당일 오후 4시40분이 넘도록 하늘양이 학교 밖으로 나오지 않자 미술학원 자동차 운전기사가 4시53분쯤 이 사실을 학원과 하늘양 부모에게 알렸다고 한다. 김씨에 따르면 하늘이 휴대전화에 자녀 보호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전화를 걸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휴대전화 주위에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앱을 켜면 하늘양의 위치와 말하는 소리, 외부 음성이 고스란히 노출되게 하는 기능이 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앞에 전날 숨진 김하늘양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있다. 김성태 객원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1/a30ee781-e642-48de-bf82-3603fa6943a9.jpg)
대전의 한 초등학교 앞에 전날 숨진 김하늘양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직무배제 왜 안했냐…신속한 대처도 미흡"
하늘양 가족은 오후 5시15분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과 학교 일대를 뒤지던 가족 중 A씨를 먼저 발견한 건 하늘양의 친할머니였다. 김씨는 “어머니께서 시청각실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전날 오후 5시47분쯤 비품이 뒤섞인 어두컴컴한 곳을 손전등으로 비쳐보니 A씨가 쓰러져 있었고, 주변에 하늘이 가방과 물병, 흥건한 피를 봤다고 했다”며 “어머니가 A씨에게 ‘우리 애 어디 있냐’고 물었지만 A씨는 ‘없어요. 몰라요’라고 답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자 A씨는 우울증 등 문제로 휴직했다가 지난해 말 복직했다. 김씨는 “우울증이 심했다면 직무에서 배제해야 했고, 돌봄교사도 아이가 1층까지 무사히 내려가는 것만 봤더라도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이를 신속하게 찾지 못한 학교 측 대응도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어제 아침 엘리베이터 앞에서 환하게 웃던 하늘이가 그날 저녁 하늘의 별이 됐다”며 “앞으로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