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자 개발’ 속내 이것 때문?…“761조 석유·천연가스 있다”

2024년 6월 25일 촬영된 가자 해안 근처 해상 천연가스전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24년 6월 25일 촬영된 가자 해안 근처 해상 천연가스전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개발을 추진하는 이유가 이곳에 천연가스와 석유 등 막대한 양의 에너지 자원이 매장돼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매장량과 경제성에 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BBC 등 외신은 가자지구 지중해 연안과 레반트해(지중해 동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및 인접 지역) 인근에 천연가스와 석유 등이 다량 매장돼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해 가자지구를 개발하려 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가자지구에 살던 기존 주민들을 요르단과 이집트 등으로 강제 이주시킨 후 미국이 가자지구를 넘겨받아 재건하고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2019년 발표된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에는 약 658조원(약 4530억 달러) 가치의 천연가스와 약 103조원(약 710억 달러) 가치의 석유 등 총 761조원(약 5240억 달러) 가치의 에너지 자원이 매장돼 있다. 이런 이유로 이스라엘, 이집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등 인근 국가들은 지난 2000년부터 20년 넘게 '팔레스타인 경제 개발'과 '지역 안보 및 안정 유지'라는 목표 하에 가자지구 에너지 개발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개발 계획은 번번이 좌절됐다. 특히 2007년 6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내전 끝에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따르던 세력을 축출한 일은 커다란 난관이었다. 2023년 6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해안에 있는 천연가스전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한 것도 가자지구의 불안정한 정치·군사적 상황 때문이었다.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여러 이유 중 하나일 뿐…매장량 등 후속 연구 필요"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곳을 개발하겠다는 이유가 에너지 자원때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동 에너지 정책 전문가 로리 헤이타얀은 BBC 인터뷰에서 "자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발 구상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으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또 "가자지구의 석유와 천연가스의 양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후속 연구가 진행돼야 하며, 기대치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자상공회의소 의장을 지낸 마헤르 알 타바 또한 "가자 지구보다 페르시아만 국가들이 천연가스나 석유를 더 풍부하게 갖고 있다"며 "개발 구상은 경제적인 것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더 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가자지구 개발을 위해 미군이 주둔할 가능성을 내비쳤던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기존 주장을 번복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 측 병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 지역엔 안정이 지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개발 입장 자체는 유지 중인데, 이에 대해 이집트 등 주변국의 반발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일각에선 가자지구 개발 구상이 오히려 중동지역 긴장감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