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서 팔린 아메리카노 10잔 중 1잔은 '디카페인'

직장인 윤모(여·40)씨는 ‘카페인 수혈’하듯 하루에도 서너 잔씩 커피를 들이키던 습관에서 최근 탈출했다. 출근길 빈 속에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시작해 점심 먹고 한 잔, 퇴근 전 또 한 잔… 하루에 최소 세 잔을 마시던 리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에 시달리자 변화를 결심했다. ‘커피의 노예’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차 횟수를 줄이다가 이젠 아예 끊었다고 한다. 윤씨는 “동료들과 카페에 가게 되면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한다”고 말했다.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즐겁게 건강 관리)나 ‘로우 스펙 푸드’(low spec, 카페인·당·열량을 없애거나 낮춘 음식) 열풍이 확산하며 디카페인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페인 함량을 90% 이상 제거한 경우 디카페인으로 본다. 원래는 카페인의 각성 효과에 민감한 사람들이 주로 찾았지만, 최근엔 카페인 섭취를 줄이거나 다양한 커피 맛을 원하는 일반 소비자로까지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커피 제조사들은 디카페인 커피의 맛과 향 수준을 높이고 있다.

1억잔 팔렸다, 스벅서도 대세 

스타벅스의 디카페인 커피. 사진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디카페인 커피. 사진 스타벅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원두·생두 합계)은 7023.1톤(t)으로 3년 전(4755.2t)의 1.5배로 늘었다. 카페에서의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디카페인 음료 판매량을 분석했더니 전년(2110만잔)보다 55% 늘어난 3270만잔으로 나타났다. 디카페인 판매를 시작한 2017년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디카페인 음료는 일반 음료보다 300원 더 비싼데도, 지난해 스타벅스에서 팔린 아메리카노 중 10%는 디카페인이었고, 디카페인 음료가 전체 판매량 4위에 오를 만큼 찾는 이가 늘었다. 출시 이후 지난해말까지 8년간 누적 1억2800만잔 팔렸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오후에도 카페인 부담 없이 커피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대체재로 인기”라고 말했다. 

대형 커피 전문점들이 “디카페인 커피는 맛없다”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아메리카노 외에 라떼 등의 라인업에도 디카페인 옵션을 속속 추가한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편의점도 뛰어들어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7월 세븐카페 디카페인을 선보였다. 사진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7월 세븐카페 디카페인을 선보였다. 사진 세븐일레븐

디카페인 커피 시장이 커지자 세븐일레븐과 GS25 등 편의점도 자체 즉석커피 브랜드에서 디카페인 제품을 내놓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디카페인 원두 커피를 선보였는데 출시 3개월 만에 20만잔, 현재까지 누적 40만잔가량 팔렸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일반 커피전문점과 달리 추가 비용 없이, 밤늦은 시각에도 디카페인 원두를 즐길 수 있다는 게 편의점 커피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현재 200여 곳인 디카페인 판매 점포를 올해 1000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GS25도 지난해 8월부터 매장 700여 곳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판다. 올해 1월부터 40일간 디카페인 판매량을 지난해 11월부터 40일간과 비교해보니 15.1% 늘었다. CU는 즉석커피 형태는 아니지만, 컵에 부어 마시는 파우치 커피와 빨대를 꽂아 먹는 냉장 컵커피 등에서 디카페인 제품을 판매하는데 지난해 이런 제품의 매출이 전년보다 21.8%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