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굴 생산지 경남 통영에서 굴 양식업계의 골칫거리인 굴 껍데기(패각)를 재활용하려 만든 시설이 수개월째 가동되지 않고 있다. 통영시가 국비 등 예산 160억원을 들여 지었지만, 국내 첫 시설이다 보니 수익성이 불확실해 이를 본격 운영할 업체를 찾는 데 난항을 겪으면서다.
때문에 '시설 조기 가동’을 목표로 했던 천영기 통영 시장의 공약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어민들은 “빨리 좀 (시설이) 돌아가서 굴 껍데기 좀 처리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는 우선 시범 운영 업체를 선정해 3월 중 시범 운영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경남 통영에 준공된 '수산부산물 자원화시설'. 사진 통영시
악취 온상 굴 껍데기…연간 8만t 처리 가능한데
14일 경남도·통영시 등 따르면, 통영 도산면 법송리에 있는 ‘수산부산물 자원화 시설’은 지난해 12월 준공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구축한 공공 굴 패각 재활용 시설이다. ‘굴 껍데기 자원화 시설 구축사업’에 따라 국비 75억원, 도비 25억5000만원, 시비 59억5000만원 등 총 1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7개 동으로 구성된 이 시설(연면적 1만33㎡)에서는 하루 300t, 연간 8만t의 굴 패각을 자원화할 수 있다. 주로 칼슘과 석회로 이뤄진 굴 패각은 재처리해 생석회(탈황제)나 모래, 양빈재, 비료 등으로 다시 활용할 수 있다. 탈황제는 화력발전소에서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 물질인 황산화물(SOx)을 제거하는 데 쓰인다. 모래는 토목·건설 공사 현장이나 침식된 백사장에 사용한다.
시설은 통영의 해안가 공터나 박신장(굴 까는 공장) 주변에 산처럼 쌓여 악취와 벌레 등 환경 오염의 온상이 된 굴 껍데기 문제를 해소할 기대주로 꼽혀왔다. 통영에서만 한 해 평균 15만t(추정치)의 패각이 발생하는데, 대부분이 굴 생산 과정에서 생긴다.
경남 통영의 한 장소에 쌓인 굴 껍데기. 연합뉴스=경남도
그간 굴 양식업계에선 굴 패각을 비료로 만들거나 동해 해상 투기장에 버렸다. 배출자가 직접 또는 위탁 처리해야 하는데, 처리 비용도 만만찮다. 굴 패각 1t당 육상 처리(비료 등)는 3~4만원, 해상 처리는 6만원이 든다고 한다. 이마저도 2022년 7월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에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사업장 폐기물로 지정돼 재활용에 큰 제약을 받아왔다.
통영의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굴 패각은 처리하는 데 매년 수십억원의 비용이 든다”며 “비용보다도 이것(굴 패각)도 자원인데, 무작정 바다에 버리는 건 맞지 않다. 자원화 시설이 빨리 정상 가동됐으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자원화 시설은 국내 최초여서 운영 경험이 있는 업체가 없고 정확한 운영비도 산정되지 않았다. 정식 공모로 시설 운영 업체를 선정해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시는 시공사를 시범운영 업체로 정하는 방향으로, 해당 업체와 협의 중이다.
지난해 11월 경남 통영에서 '수산부산물 자원화시설' 준공식이 열렸다. 사진 통영시
시공사는 기계 결함이나 오작동 등이 발생해도 곧바로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1~2년 시범운영을 거쳐, 실제 운영비와 수익성 등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공모 절차를 밟아 위·수탁 업체를 선정할 방침이다. 최근 시는 ‘가동 원가 산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해양쓰레기 수거 운반선 운영비 1800여만원을 전용하는 계획까지 세웠다.
시는 물론 경남도 역시 이 시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도 관계자는 “첫 시설이고 산출 내역도 없다 보니 ‘내가 하겠다’고 나서기 쉽지 않다”며 “시범 운영 과정에서 정확한 데이터를 뽑는 ‘예열 단계’라고 봐달라”고 했다.
이어 “폐기물로 처리됐던 과거와 달리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법을 통해 굴 패각을 재활용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며 “양빈재·복토재 등은 물론 보도블록을 설치할 때도 섞어 쓸 수 있는 등 수요가 충분해 수익을 낼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통영=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