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드론 주무르는 '中 소부장 위력'…부산 드론쇼서 목격 [Focus 인사이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드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드론과 드론 운용 정책 등이 발표되고 있다. 북한도 2022년 12월 수도권 상공에 무인기를 보낸 데 이어, 2024년 8월 러시아와 이스라엘제와 형태가 유사한 자폭 무인기를 시험하는 등 우리 안보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이르렀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DSK 2025 행사. 최현호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DSK 2025 행사. 최현호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의 드론 작전 능력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드론쇼 코리아에서 DSK로 이름을 바꾼 드론 관련 전시회가 열렸다.

다양한 업체 제안들 선보여

 
무인기에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폭발물을 탑재하고 자폭하는 자폭 드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약한 자폭 무인기는 미국제 스위치 블레이드 300과 600, 폴란드 WB그룹의 워메이트 같은 기성품 외 드론 레이싱용으로 만들어진 일인칭 시점(FPV) 드론을 이용한 수제 자폭 드론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KD ind.가 개발하고 있는 튜브식 자폭 드론. 최현호

KD ind.가 개발하고 있는 튜브식 자폭 드론. 최현호

 
외국에서 다양한 자폭 드론이 개발됐고, 전쟁에 쓰이고 있지만, 우리 군은 아직 자폭 드론 도입과 운용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대신 국내외 업체들이 DSK 2025에서 다양한 제안을 선보였다. 주최 측에 따르면 DSK 2025에 15개국 306개사가 참여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다연장 자폭 드론 모형. 최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다연장 자폭 드론 모형. 최현호

 


파블로 항공이 개발하고 있는 자폭 드론 모형. 최현호

파블로 항공이 개발하고 있는 자폭 드론 모형. 최현호

 

니어스랩의 FPV 자폭 드론 모형. 최현호

니어스랩의 FPV 자폭 드론 모형. 최현호

 
지난해 행사와 비교해 큰 차이점이라면, 자폭 드론을 선보인 업체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한항공 같은 대규모 업체 외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KD ind.), 파블로항공, 니어스랩 등 다양한 업체들이 자신들의 제안을 선보였다. 전시된 모델들은 보병이 휴대할 수 있는 튜브에서 발사되는 형태, 차량에 여러 대의 튜브가 얹혀진 다연장형, 우크라이나전에서 주목받고 있는 FPV 자폭 드론 등 다양했다. 어떤 것들은 비행 시험을 마친 것도 있고, 아직 설계 중인 것도 있지만, 업체들이 다양한 요구조건을 감안해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전시회에서 드러난 중국 드론 소부장의 위력

 
하지만, 이런 다양한 제안들 속에서 필자가 관심을 가진 것은 드론을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를 일컫는 ‘소부장’이었다. 우리 군은 육군 드론봇 전투단과 합참 소속 드론사령부 등 이미 드론을 운용하는 전력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운용하는 드론에 중국제 부품이 쓰이고 있다면 어떨까?

해외관의 대부분은 중국 드론 관련 부품 업체였다. 최현호

해외관의 대부분은 중국 드론 관련 부품 업체였다. 최현호

 
군이 전시한 드론 가운데 하나의 모터를 집어 제작사를 살펴봤다. 해당 드론에 달린 모터는 T-모터라는 중국 업체가 생산한 것이었다. T-모터는 드론 제작사인 DJI와 함께 세계 드론 산업계에서 강력한 지위를 가진 업체다. 그래서 우리 드론 업체들도 사용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할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안보 문제와 연결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DSK 2025는 국내 업체들 외 핀란드·폴란드·체코 등 다양한 외국 업체들이 참여했지만, 해외 업체의 태반은 중국 업체들이었다. 30여 곳이 넘게 참가한 중국 업체들은 DJI 같은 완성품 업체 외 프로펠러·배터리·엔진 등 드론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소부장 업체들이 많았다. 중국 업체들은 행사장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관람객들에게 팸플릿을 나눠주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업체 관계자와 인터뷰하는 동안 일부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을 피하기도 했지만, 자신들의 제품 생산 능력·품질 등을 강조하면서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한국 내 파트너가 있는지 또는 제품이 공급된 것이 있는지를 묻자, 몇몇 관계자는 자신들의 제품이 적용된 국내 업체들의 드론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우리 군에 납품된 드론도 있었다.

현재 세계 민수용 드론 제작에 필요한 모터·배터리 등 중요 부품은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공급망을 장악한 외국 국가에 의해 경제는 물론이고 안보까지 흔들리는 사례는 최근에 많이 알려져 있는데, 드론 분야도 예외일 수가 없다.

중국에 휘둘리는 세계 드론 업계

 
우크라이나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드론 생산에 매달리고 있다. 러시아는 샤헤드-136 드론 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반도체 외 FPV 드론을 위한 로터, 배터리, 비행 컨트롤러 등 드론 부품들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드론용 부품들은 중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DSK에 참가한 중국 배터리 업체. 최현호

DSK에 참가한 중국 배터리 업체. 최현호

 
중국은 우크라이나전 초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에 드론 판매를 중단한 적이 있었지만, 이 조치는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두 나라 모두 다른 루트를 통해 다양한 드론과 부품을 수입해 드론을 생산했다. 러시아의 경우, 전자전에 강한 광섬유 드론까지 중국을 통해 입수해 전쟁에 사용하는 등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자신들이 장악한 드론 생태계를 활용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2024년 12월, 외신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보복 조치로 갈륨·게르마늄 등의 미국 수출을 금지하고, 엔비디아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기 시작한 것에 이어 드론 부품의 미국, 유럽 판매 제한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조치로 중국제 드론 부품에 크게 의존하던 우크라이나는 필요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드론 제재는 이번 조치가 있기 직전에도 있었다. 2024년 10월, 중국 정부는 미국 드론 업체 스카이디오에 대한 배터리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스카이디오가 대만 소방청에 수출한 드론에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했다는 이유였다. 중국 당국은 드론용 배터리를 만드는 일본 TDK의 자회사 둥관 파워앰프 등 자국 내 스카이디오 납품업체를 방문해 관계를 끊으라고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혁신부서(DIU) 담당자는 해당 사건이 미국 방산업체들이 중국과 결별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몇 년 전부터 군과 정부용으로 중국제 드론을 사용하지 못 하게 한 데 이어 중국제 부품과 소프트웨어의 사용까지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 국방부 혁신부서(DIU)는 2020년부터 주기적으로 자국 드론 업체들을 검사해 중국제 등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의 부품 등이 없음을 인증한 블루(Blue) UAS 인증을 하고 있다. 블루 UAS 인증은 회사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개별 제품에 대해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이미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 수출 거부와 중국의 요소수 관련 수출 거부 등 최근 소부장 의존으로 인한 피해를 겪어왔다. 드론 소부장의 높은 중국 의존도는 상업용 드론 말고도 국가 안보에 필요한 드론의 확보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인식해야 한다.

실태 파악과 장기적 대책이 필수

 
이런 문제에 대처하려면 무조건적인 수입 및 사용 금지보다 정확한 실태 파악과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먼저 국내에서 사용되는 드론의 국가별 시장 점유율 외 국내 업체가 납품한 정부 및 군사용 드론에 대한 소부장 현황을 파악하고, 안보적 관점에서 이를 해결할 방안을 세워야 한다. 그다음 국내에서 드론 소부장의 자체 개발 및 생산이 가능한 업체를 발굴하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제 부품과 OS가 없음이 증명된 BLUE UAS 인증 마크가 붙은 미국 업체 드론 브로셔. 레드캣

중국제 부품과 OS가 없음이 증명된 BLUE UAS 인증 마크가 붙은 미국 업체 드론 브로셔. 레드캣

 
군사용 드론을 위해서도 소부장 국산화는 필수적이다. 군에서 사용하는 드론 그 가운데 자폭 드론은 기본 화기처럼 쓰일 것이다. 그만큼 초반에 많은 양이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사전 비축이 필요하며, 중점 관리 대상 업체를 선정해서 전시 생산에 대비해야 한다.

드론을 수출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도 소부장 국산화가 필요하다. 최근 많은 수출을 하는 국산 무기가 해외 부품으로 인해 수출이 어려웠던 일부 사례와 함께 앞서 소개한 미국 스카이디오에 대한 중국의 제재를 떠올려보자. 드론은 많은 나라에서 국방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기 때문에 수출국이 우려하는 공급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외국산 드론을 특별한 보안 문제가 없다면, 민간 부분에서까지 사용 못하게 막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면 약간의 여지도 둬서는 안 된다. 국산화로 인해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도입 및 운용비 증가를 걱정해서는 국가 안보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은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관련 회사에서 준비하고 있는 드론용 모터들. 최현호

국내 자동차 관련 회사에서 준비하고 있는 드론용 모터들. 최현호

 
인공지능이 떠오르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적용된 드론을 제대로 만들고 써먹기 위해서도 소부장 국산화는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을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