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중앙포토
9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농협은행)에서 지난달 공급한 주택구입자금 목적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액은 7조4878억원으로 나타났다. 1월(5조5765억원)보다 약 34.3% 증가했다. 월별 취급액으로 보면 대출 수요가 급증했던 지난해 9월(9조2088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신규 주담대 가운데 디딤돌ㆍ버팀목 같은 정책대출 비중은 줄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신규 주담대(주택구입자금 목적) 가운데 정책대출은 36.6%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54%를 넘어섰던 정책 대출 비중은 1월(44%)부터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의 대출 관리 압박에 지난해 연말엔 거의 무주택ㆍ실수요자 중심의 정책대출만 취급했다”며 “올해 들어 일부 대출 제한 조치를 풀고 (정책대출 대상 이외) 수요자에게 대출 영업을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주요 시중은행은 비대면 주택담보ㆍ신용대출을 재개했고, 모기지보험(MCIㆍMCG)을 주담대에 다시 적용했다. 보험이 적용되면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또 신한ㆍ우리은행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주담대 상환 기간을 기존 30년에서 40년으로 늘렸다.

김주원 기자
금융업계에선 은행권의 신규 주담대 취급액이 당분간 늘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은행이 줄줄이 대출금리를 낮춘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신한은행은 오는 14일부터 가계대출 가산금리(대출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낮춘다. 주택구입자금ㆍ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1%포인트씩 인하한다. 하나은행은 10일부터 혼합형 주담대 상품의 가산금리를 0.15%포인트 하향 조정한다. 농협은행은 이미 지난 6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0.3%포인트 내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속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권이 지난해 하반기 끌어올렸던 가산금리를 낮추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금융위는 여러 차례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하가 반영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도 대출 시장 변수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대출 수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당장 대출 신청이 급증한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은행권 창구에서 대출 상담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은행권 가계 대출이 과도하게 급증하면 즉각 조치에 나서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다만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 대출이 는 것은 은행권 대출 조치 완화, 신학기 앞둔 이사 철 수요 등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으로 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월별ㆍ분기별로 살펴보고 있고, (부동산 규제 완화로) 대출 수요가 빠르게 급증한다면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