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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250달러(약 36만원) 지폐를 만들자는 법안을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최근 제안했다. 미 의회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조 윌슨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250달러 지폐법'을 제안하면서 "내년은 미국 건국 250주년이라 이를 기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윌슨 의원은 "250달러 지폐를 발행하면 액면가가 커져서 현금을 덜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되고 미국 대통령을 상징적으로 기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 윌슨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250달러 지폐법'을 제안했다. 조 윌슨 의원 홈페이지 캡처
그러면서 "바이든 인플레이션은 경제를 파괴해 미국 가정이 더 많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도록 강요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미국 가정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런 업적은 초상을 화폐에 넣는 것으로 인정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현행법상 살아있는 개인은 화폐에 실릴 수 없는데도 트럼프를 기리고 싶다며 예외를 허용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짚었다. 과거 미국 5센트에 당시 살아 있던 재무부 관리 스펜서 클라크의 초상화가 그려져 여론의 반발을 산 뒤 1866년 미국 의회는 살아 있는 개인의 얼굴을 화폐에 넣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250달러 지폐에 트럼프 초상을 넣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중국에서 비웃음을 샀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중국에선 관련 기사 조회 수가 1400만회를 넘었으며 농담 소재가 됐다. 그 이유는 중국어로 '250'은 어리석은 자를 뜻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250은 중국어로는 매우 흥미로운 뜻이다"면서 해당 제안을 비웃는 반응을 내놨다. X(옛 트위터)
SCMP에 따르면 전국시대에 소진이라는 전략가가 살해당했는데 범인이 잡히지 않자 왕이 "사실 소진은 간첩이었으니 그를 죽인 자에게 황금 1000냥을 하사하겠다"는 방을 붙였다고 한다. 방이 붙자, 4명이 나서서 서로 자기가 죽였다고 주장했다. 왕은 "1000냥을 넷으로 나누면 한 사람당 얼마냐"고 물었고 "250"이라는 답이 돌아오자 여기 "4명의 '250'이 있으니 잡아들이라"고 해 범인을 벌했다는 설이다. 이때부터 250이 중국어로 어리석은 자를 뜻한다고 SCMP는 전했다.
"트럼프 생일 연방기념일로…러시모어에 새기자" 아부성 제안도
최근 250달러 지폐에 초상을 넣자는 법안 외에도 트럼프를 향한 각종 아부성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미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워싱턴DC 관문인 덜레스 국제공항 명칭을 '도널드 J. 트럼프 국제공항'으로 변경하거나 트럼프 생일(6월 14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등의 제안을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워싱턴 국제공항 이름 변경안을 공동 발의한 브랜던 길 하원의원(텍사스)은 "유권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국제공항을 통해 수도를 방문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길 의원은 전역의 유권자가 "자기가 사는 주(州) 이름을 '도널드 트럼프 주'로 바꾸고 싶어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0년 트럼프가 러시모어산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가 러시모어산의 일부가 된 것처럼 보이게 찍힌 사진을 딸 이방카가 X에 올렸다. 이방카 트럼프 X
클로디아 테니 하원의원(뉴욕)은 트럼프 생일인 6월 14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안을 주도하고 있다. 6월 14일은 1777년 최초의 국기 디자인을 승인한 날을 기념하는 '국기의 날'이지만, 이와 함께 트럼프 생일을 기념하자는 취지다.
미국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생일인 2월 22일을 기념해 2월 셋째 주 월요일을 공휴일인 ‘대통령의 날’로 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생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사람은 워싱턴이 유일하다.
애나 폴리나 루나 하원의원(플로리다)의 경우엔 지난 1월 트럼프 얼굴상을 러시모어 산에 새기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사우스다코타에 있는 러시모어 산에는 조지 워싱턴·토머스 제퍼슨·시어도어 루스벨트·에이브러햄 링컨 등 4명의 미국 대통령 얼굴 조각상이 설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