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푹 팬 곳에 쏘가리 살더라"…단양 도담삼봉 침식 정밀조사

단양 도담삼봉 중 가장 작은 봉우리인 첩봉(빨간 원) 아래 물 속에서 침식 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단양군이 수중 정밀 조사에 나선다. 뉴스1

단양 도담삼봉 중 가장 작은 봉우리인 첩봉(빨간 원) 아래 물 속에서 침식 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단양군이 수중 정밀 조사에 나선다. 뉴스1

수중·동굴 전문가 4월께 도담삼봉 탐사 

충북 단양군에 있는 도담삼봉의 물 밑 암반이 침식됐다는 우려에 단양군이 수중 정밀 조사에 나선다.

단양군은 오는 4월~5월께 매포읍 단양강에 있는 도담삼봉 일대에 대한 수중 조사를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탐사에는 지질학자와 수중·동굴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단양군 관계자는 “도담삼봉 수중 침식현상이 심각하다는 주민 여론과 민원이 잇달아 제기돼 정밀조사를 하게 됐다”며 “도담삼봉을 지지하고 있는 수중 암석에서 깎임 현상이 확인되면 보강 공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은 지난해 7월에도 수중 탐사를 계획했으나,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충북의 대표 관광 명소인 도담삼봉은 강 위에 봉우리 3개가 우뚝 솟은 모양이다. 원래 한 덩어리의 큰 암석으로 이뤄졌으나, 수억 년 동안 풍화 작용 등을 거치면서 3개의 봉우리가 만들어졌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단양관광공사에서 도담삼봉을 바라볼 때 주봉(중앙)은 남편 봉, 왼쪽 작은 봉은 첩봉, 오른쪽은 처봉으로 불린다.

도담삼봉 사이로 보트가 지나가고 있다. 중앙포토

도담삼봉 사이로 보트가 지나가고 있다. 중앙포토

 

단양 주민 “첩봉 아래 3분의 1 침식” 주장 

수중 조사의 계기가 된 곳은 첩봉이다. 도담삼봉에서 어로 활동을 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첩봉 아래가 많이 깎여나가 보수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일부 주민은 군과 지역 정치권에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으나, 실체 파악은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 김모(80)씨는 “첩봉 쪽 물 밑 1m 지점부터 암석이 깎여나간 것을 직접 확인했다”며 “옆으로 누운 V자 모양으로 깎였으며, 가장 깊은 곳을 기준으로 3분 1가량 침식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1985년부터 쏘가리 어획을 위해 도담삼봉 물 밑을 여러 차례 보고 왔다고 한다. 그는 “쏘가리는 그늘지고, 움푹 팬 곳에 은신하길 좋아한다”며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쏘가리를 찾아 첩봉 아래를 따라가 보니 움푹 팬 공간에서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기남 단양군 문화유산팀장은 “첩봉 아래 침식이 자연 현상에 의해 오랫동안 진행된 것인지, 단기간에 나타난 것인지 현재로써는 알 길이 없다”며 “첩봉 외에 나머지 2개 봉우리 주변도 수중 정밀 조사를 진행해 보강 공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카르스트 지형이 발달한 충북 단양군에 석회암이 용식작용을 통해 만들어 낸 동굴이 많다. 사진은 고수동굴 사자바위. 중앙포토

카르스트 지형이 발달한 충북 단양군에 석회암이 용식작용을 통해 만들어 낸 동굴이 많다. 사진은 고수동굴 사자바위. 중앙포토

 

단양군, 자연 침식·와류 등 실체 분석 

석회암이 많은 단양군은 카르스트 지형이 발달했다. 석회암은 수억 년에 걸쳐 물에 녹는 용식이나 풍화 작용 등을 거쳐 동굴이나 계곡, 기암절벽 같은 독특한 지형을 만든다. 석회암 등으로 이뤄진 도담삼봉은 하천의 침식과 차별 용식 작용으로 생긴 ‘카렌(Karren)’ 지형이다.

김호근 단양군 학예연구사는 “석회동굴이 만들어지는데 수억 년이란 시간이 걸리는 걸 고려하면 첩봉 아래에 깎인 부분도 장기간에 걸친 침식으로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강물이 도담삼봉에 부딪히면서 생긴 와류나, 보트·유람선에 의한 물결이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조사를 통해 침식 규모와 영향 등을 밝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담삼봉은 충북뿐 아니라 전국적인 명소다. 지난해 도담삼봉 방문객 수는 240만명으로 충북 관광지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찾았다. 2013년부터 2년마다 선정되는 ’한국관광 100선‘에 7회 연속 이름을 올리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2022년에는 한국관광공사 안심 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선 개국공신인 정도전이 도담삼봉에서 풍류를 즐기며 자신의 호를 ’삼봉‘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퇴계 이황 또한 도담삼봉의 절경에 감탄한 시를 남겼을 정도로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