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부흥기 다시 오나...'타스만·무쏘EV' 메기 효과 일으킬까

포터와 봉고 등 1톤(t) 트럭에 밀리던 픽업트럭 인기가 되살아날 조짐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새로운 픽업트럭 모델을 선보이면서 소비자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어서다. 기아 ‘타스만’과 KGM의 전기 픽업트럭 ‘무쏘EV’가 이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가 지난달 13일 국내에 출시한 픽업트럭 타스만은 출시 이후 영업일 기준 17일 만에 계약 대수 4000대를 돌파했다. 출시 한 달도 안 돼 지난해 국내 픽업트럭 총 판매량(1만3475대)의 30%가 팔린 셈이다. 기아 타스만은 현대차그룹이 국내에 첫 출시한 픽업트럭이다. 기아는 국내 판매를 시작으로 호주,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해외로 판매 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기아 타스만은 지난 7일 기준 4000여대가 계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타스만은 지난달 13일 국내 출시했다. 출시 첫날에만 2200대 계약이 이뤄졌다. 사진 기아

기아 타스만은 지난 7일 기준 4000여대가 계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타스만은 지난달 13일 국내 출시했다. 출시 첫날에만 2200대 계약이 이뤄졌다. 사진 기아

국내 픽업트럭 시장 1위 KGM은 지난 6일 국내 최초로 전기 픽업트럭 무쏘EV를 선보였다. 옛 쌍용차 시절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 많았던 무쏘를 단종후 20년 만에 전기 픽업트럭으로 부활시켜 옛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무쏘EV의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400㎞로 장거리 주행도 가능하다. 차량에는 중국 비야디(BYD)의 LFP(리튬·인산·철) 블레이드 배터리(용량 80.6㎾h)가 탑재됐다.


그동안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해 정체돼 있었다. 수요가 줄자 신차 출시가 오랫동안 끊겼고 소비자들 관심이 더 떨어졌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픽업트럭은 KG모빌리티의 렉스턴스포츠·코란도스포츠, 한국GM의 콜로라도·시에라가 전부였다. 렉스턴스포츠가 픽업트럭 시장의 90% 상당을 독식하고 있었지만, 2018년 출시 이후 새 모델이 나오지 않으면서 시장 자체가 줄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픽업트럭 판매량은 4만2619대에서 지난해 1만3475대로 68% 감소했다. 2020~2021년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캠핑 수요가 늘면서 3만대 이상 팔리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판매량이 급감했다. 전체 완성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3.3%에서 2024년 1.1%로 쪼그라들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완성차 업계는 기아와 KGM의 신규 픽업트럭 모델이 시장에 ‘메기 효과’(catfish effect)를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이 이미 포화된 승용·SUV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만큼 신차 출시 효과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