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어루만지는 치유의 손길…정미연 초대전 ‘깊은 만남’

정미연, '무명 순교자를 위한 진혼곡' 중 '깊은 만남'. 사진 드망즈갤러리

정미연, '무명 순교자를 위한 진혼곡' 중 '깊은 만남'. 사진 드망즈갤러리

성 미술 작가 정미연(70) 초대전 ‘깊은 만남’이 20일까지 대구대교구 주교좌 범어대성당 내 드망즈갤러리에서 열린다. 부활절을 앞둔 사순절 기간인 만큼 고난의 의미를 되새기고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보여주는 성화를 모았다.  

지난해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아 정씨가 서울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연 ‘무명 순교자를 위한 진혼곡’ 전시의 연장선상이다. 당시 그는 조선 시대 목이 잘려 한강에 던져진 8000여 명의 무명 순교자를 기리는 작품 100여 점을 선보였다.

결혼하면서 남편인 한국 화가 박대성(80)의 뒤를 이어 세례를 받은 정 씨는 2015년부터 서울대교구ㆍ대구대교구 등지의 주보 표지 성화를 그렸다. 2021년 췌장암 진단을 받고 12차례 항암 치료를 하던 중 한국 첫 천주교 순교자를 기리는 전주 권상연성당의 성 미술을 맡았다.  

정미연, 희망. 2004, 브론즈, 캔버스에 아크릴릭. 사진 드망즈갤러리

정미연, 희망. 2004, 브론즈, 캔버스에 아크릴릭. 사진 드망즈갤러리

제사를 폐지하고 위패를 불살랐다가 대역죄인으로 몰려 처형당한 권상연(1751~91)은 사촌 윤지충(1759~91)과 함께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복자로 시복받았다. 그리고 2021년 전주교구 초남이성지에서 이들의 유해가 발굴됐다. 정 씨는 두 사람을 기리는 동상과 회화ㆍ스테인드글라스 등 200여 점을 제작했다.  

췌장암으로 투병하며 겪은 고통과 치유의 과정을 작품에 투영, 고통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손길을 시각화해 온 그는 “신분 차별과 종교 박해가 만연하던 시대, 칼날 아래서도 믿음을 지킨 이들의 굳건한 신앙은 오늘날에도 큰 교훈이 된다”고 말했다.      


대구대교구는 여성의 날 행사로 10일 오전 10시 범어대성당에서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 미사와 음악회, 정 작가의 강연 ‘깊은 만남’을 마련했다. 053-254-6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