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욱 메리츠증권 이노비즈센터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증권사도 커뮤니티와 매매가 연결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키움증권과 함께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며 대형 증권사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투자중개 시장 점유율은 약 1.7%로 리테일 분야는 부진하다. 메리츠증권이 내년까지 주식매매 및 환전 수수료를 없애는 등 마케팅 비용만 1000억원을 들여 개인투자자 모객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 센터장은 “플랫폼은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은 적자가 나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내년 초를 목표로 기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분리된 별개의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플랫폼에 유입된 이용자들이 자사의 웹트레이딩시스템(WTS)으로 금융상품과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기 위해 기존 MTS와 홈트레이딩서비스(HTS) 개편 대신 ‘플랫폼 거래’라는 모험을 하기로 한 셈이다.
증권업계에서 플랫폼의 힘은 토스증권이 이미 입증했다. 토스증권은 하루에 20만개의 글이 올라오는 커뮤니티의 힘으로, 지난해 10월 해외주식 분야에서 키움증권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 센터장은 “증권 커뮤니티는 각 고객의 계좌정보와 정보가 연동돼야 경쟁력이 있는데, 이는 증권사만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메리츠증권은 이노비즈센터 구성원 30여명 전원을 네이버·카카오·토스 출신으로 구성했다. 이 센터장은 “커뮤니티 플랫폼은 누구든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존 증권사와 다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기존 증권사 모델은 수수료와 이자 수익 수준에 그쳤지만, 플랫폼화가 된다면 다른 비즈니스도 많이 파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각 투자자의 상황에 딱 맞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초개인화와 글로벌화를 목표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며 “플랫폼이 글로벌화에 성공한다면 금융사들이 향후 해외로 진출할 때 현지화를 도울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