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오션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유지·보수·정비(MRO)한 미 해군 7함대 소속 윌리 쉬라호가 정비를 마치고 13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사업장을 출항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지난해 9월 입항당시 모습. 사진 한화오션
한화오션은 13일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쉬라(Wally Schirra)호’가 정비를 마치고 이날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출항했다고 밝혔다. 월리쉬라호가 지난해 9월 2일 입항한 지 193일, 약 6개월 만이다.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 소속인 월리쉬라호는 배수량 약 4만 톤(t)급으로 전장과 전폭이 각각 210m, 32.3m에 달하는 대형 함정이다. 화물·탄약·연료 등을 전투함에 공급하는 해상 보급용 비전투함으로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스코조선소에서 진수돼 올해로 17년 차다.
한화오션이 맡은 분야는 10~15년 주기로 실시되는 함정 ‘창정비(創整備)’다. 선체 등 외관을 정비했고, 프레임 등 내부 구조물을 분해해 정비한 뒤 재조립했다. 구체적으론 ▶선체 및 기관 유지보수 ▶주요 장비 점검·교체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이 진행됐다.

지난 10월24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맨 앞줄 오른쪽)과 스티븐 퀼러 미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가운데)이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호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한화오션
한화오션의 정비 예상 기간은 약 3개월이었다. 하지만 정비 과정에서 계약 사항 외의 선체 내부에서 손상 부위를 발견해 올해 초 미 해군에 알렸고, 추가 계약을 통해 약 3개월간 추가 정비를 진행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미 해군 측에서 ‘일본 조선업체는 이렇게 안 하는데 한국은 다르다’며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한화오션이 월리쉬라호 MRO 사업으로 기존 계약(약 200억원)에 추가정비계약(약 300억원)까지 총 500억원 이상을 벌었을 것으로 추산한다.
미 해군 함정에 대한 국내 첫 MRO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서 추가 수주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패트릭 무어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 한국 파견 대장은 이날 출항식에서 “향후에도 협력 관계를 강화할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해군 MRO 사업은 국내 조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평가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MRO 예산(의회승인 기준)은 2020년 60억9300만 달러(약 8조7200억원)에서 2023년 73억7900만 달러(약 10조7300억원)로 크게 늘었다. 서태평양을 관할로 삼는 미 해군 7함대는 그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에 기지를 두고, 주로 미쓰비시중공업에 MRO 사업을 맡겨왔다. 하지만 최근 함정 노후화로 MRO 대상이 늘어나면서 일본 업체만으로는 제때 정비가 이뤄지기 어려워졌다. 신영증권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군함 70%가 2010년 이후에 건조됐지만, 미 해군은 75%가 2010년 이전에 건조됐다.

지난해 9월 한화오션 경남 거제조선소에 입항한 윌리 쉬라호가 정비되고 있는 모습. 사진 한화오션
김기원 대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미 해군의 당면 과제는 노후화된 함정을 어떻게 정상 전력화할지 여부인데 기술력을 갖춘 한국이 낙점되고 있다”며 “MRO는 짧으면 6개월, 길면 1~2년까지도 걸릴 수 있는데 정비 중 작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도 수주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는 지난해 7월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해 2029년까지 5년간 MRO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1월 7함대 소속 3만t급 급유함 ‘유콘(YUKON)호’의 MRO사업을 수주했고 HD현대는 지난 1월 미 해상수송사령부 소속 군수지원함 1척에 대한 MRO 사업에 입찰한 상태다. 한화오션은 올해 5~6건, HD현대는 2~3건의 MRO 사업 수주를 목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