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크슛 중인 쿠퍼 플래그. 이달 개막한 미국대학농구에서 최고의 유망주 다. [AF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3/20/30aadfb1-3daa-4c9e-beba-64c2257887f2.jpg)
덩크슛 중인 쿠퍼 플래그. 이달 개막한 미국대학농구에서 최고의 유망주 다. [AFP=연합뉴스]
그는 “반세기 만에 환생한 래리 버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래리 버드(69)는 보스턴 셀틱스를 세 차례 챔피언으로 이끈 레전드다. 플래그는 포지션(포워드)과 신장은 물론 지능적인 플레이 스타일까지 빼닮았다. 플래그가 버드보다 더 기대를 모은 건 나이 때문이다. 플래그는 고교 졸업 1년을 앞둔 지난해 대학에 월반했는데, 2006년 12월생으로 만 18세다. 고교생이 대학에 와 선배들을 제치고 대학 무대를 뒤흔드는 셈이다. 플래그는 오는 6월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선발이 확실시된다. 플래그가 1순위로 뽑힌다면 1977년 켄트 벤슨 이후 48년 만에 ‘백인 1순위 지명 선수’가 탄생하게 된다.
3월의 광란은 그가 프로 무대에 뛰어들기 전 농구 팬들에게 기량을 선보이는 ‘쇼케이스’가 될 전망이다. NBA는 하위권 팀들에게 다음 시즌 신인 선발 상위 지명권을 준다. 순위가 낮을수록 신인 선발 우선권을 가질 확률이 높다 보니 초대형 유망주가 있을 땐 전략적 선택을 하는 팀도 있다. 일부러 경기에 져서 하위권에 랭크하는 것이다.
플래그의 성장 스토리는 한 편의 ‘농구 만화’ 같다. 미국 메인주 소도시 뉴포트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농구 선수 출신인 부모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2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다. 남다른 실력과 체격을 자랑하며 ‘농구 천재’로 소문나면서 고교 강팀들의 영입 대상 0순위로 떠올랐다.
플래그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그는 2021년 어머니의 모교인 뉴포트의 노코미스고교에 진학한 것. 노코미스 농구부는 당시 시즌 3승 15패의 약팀이었다. 플래그가 합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플래그가 입학한 해 노코미스고는 21승 1패를 기록하며 주 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혼자 힘으로 만년 하위팀을 주 최강팀으로 이끄는 반전 드라마를 쓴 것이다.
고향 팀에서 더는 이룰게 없자, 플래그는 이듬해, NBA 스타를 숱하게 배출한 농구 명문고 플로리다주의 몬트버드 아카데미로 전학했다. 그가 이끈 몬트버드는 33승 무패를 질주하며 전국 제패에 성공했다. 2024년 대학 농구 전통의 강호 듀크대에 입학했다. 마블 영화의 주역 ‘캡틴 아메리카’를 닮은 훈훈한 외모까지 갖춘 덕분에 미국 어느 곳을 가든 팬이 구름떼처럼 몰린다. 그가 코트에 나설 때마다 관중은 “NBA 대신 듀크에서 1년 더”를 외친다.
미국이 플래그에 열광하는 이유는 또 있다. 미국인 스타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최근 NBA는 외국 선수들이 득세하고 있는 가운데 플래그의 등장은 미국 팬에게 한줄기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