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초 IOC위원장 나왔다…짐바브웨 수영영웅의 기적

기자
박린 기자 사진 박린 기자
 2009년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200m 배영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 당시와 20일(현지시간) IOC 위원장으로 당선된 코번트리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09년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200m 배영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 당시와 20일(현지시간) IOC 위원장으로 당선된 코번트리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오늘 유리천장이 깨졌다.”

커스티 코번트리(41·짐바브웨)가 첫 여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 당선된 뒤 이렇게 말했다.  

코번트리는 20일 그리스 코스타 나바리노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제10대 위원장으로 뽑혔다. 역대 최다인 7명이 출마한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었던 코벤트리는 1차 투표에서 97표 중 당선에 필요한 과반인 49표를 얻어 놀라운 승리를 거뒀다. 28표의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주니어(스페인) IOC 부위원장, 8표의 서배스천 코(영국) 세계육상연맹 회장 등을 제쳤다.

코번트리 당선인은 1894년 창설된 IOC 131년 역사상 첫 여성이자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위원장에 올랐다. 앞서 역대 9명의 IOC 위원장 모두 남성이었으며, 8명은 유럽 출신이고 1명만 미국 출신이다. 

토마스 바흐(오른쪽) 현 IOC 위원장과 코번트리 새 IOC 위원장. [신화=연합뉴스]

토마스 바흐(오른쪽) 현 IOC 위원장과 코번트리 새 IOC 위원장. [신화=연합뉴스]

 
코번트리가 유럽과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IOC의 ‘유리천장’을 산산조각 냈다. 토마스 바흐(독일) 현 IOC 위원장이 막후에서 후계자로 점찍은 코번트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 챔피언’, ‘비유럽인’, ‘새로운 세대’ 조건을 내걸었는데, 코번트리가 딱 들어 맞았다.  


짐바브웨에서 태어난 코번트리는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아프리카 선수 최초로 수영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고, 2008 베이징 올림픽 수영 여자 배영 200m를 2연패했다. ‘짐바브웨의 수영영웅’, ‘골든 걸’이라 불린다. 2012 런던 올림픽 기간에 IOC 선수 위원으로 당선된 뒤 2023년에 IOC 집행위원에 올랐다. 두 명의 딸을 둔 어머니이기도 하다.

로이터 통신은 “올림픽 역사에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코번트리 당선인도 “IOC가 다양성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라고 밝혔다.

코번트리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 정책이 2028 LA올림픽을 앞두고 선수 비자 발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스무살 때부터 고위직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상대해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새롭게 IOC 위원장에 선출된 코번트리(왼쪽). [AFP=연합뉴스]

새롭게 IOC 위원장에 선출된 코번트리(왼쪽). [AFP=연합뉴스]

 
특히 코번트리 당선인은 유승민(43) 대한체육회장은 공통점이 많아 앞으로 대한민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바흐 위원장의 뒤를 이어 6월 부임할 코번트리의 임기는 2033년까지 8년이며 , 한 차례 4년 더 연장이 가능하다. 지난 1월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된 유승민과 최소 4년 동안 임기를 함께 한다.

둘 다 1980년대생 40대인 데다 ‘마이너 대륙’의 스포츠 영웅으로 IOC 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유 회장은 코번트리가 출전했던 아테네 올림픽에서 탁구 남자단식을 제패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때 IOC 선수위원에 선출된 유 회장은 코번트리 위원장과 4년간 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하며 소통하고 협업했다.

특히 여성 리더를 존중한다는 점도 닮았다. 유 회장은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출신의 김나미 전 국제바이애슬론연맹 부회장을 체육회 출범 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으로 발탁했다. IOC가 여성위원과 올림픽 남녀 선수 비율을 반반으로 끌어올리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을 맞췄다.  

유 회장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IOC 입성도 노려볼 수 있다. 유 회장은 “코번트리 당선인은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맡아 증명해낸 만큼, 될 분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북이 도전장을 낸 2036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 선정도 코번트리 위원장이 주도하는 IOC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되는 만큼, 둘의 우호적인 관계가 올림픽의 국내 유치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한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IOC 총회에서 IOC 명예위원으로 추대됐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