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파면 힌트 있다"…'韓 결정문' 글자 하나하나 파헤치는 민주당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심판이 기각된 지 이튿날인 25일 더불어민주당에선 “헌법재판소가 한 대행 결정문에 윤 대통령 파면 힌트를 줬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정문 중 ‘적극적’ ‘증거’ 같은 단어를 미적분하듯 분석하며 “계엄이 위헌·위법이라는 사실이 전제됐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왼쪽)가 박찬대 원내대표(아래), 김용민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왼쪽)가 박찬대 원내대표(아래), 김용민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적극적’ 글자로…野 “尹 파면 힌트”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한 대행 선고문에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부분을 읽을 수 있는 논리적인 내용이 하나가 들어간다”며 결정문 일부를 언급했다. 헌재가 한 대행 소추 사유인 ‘12·3 계엄 선포 묵인·방조’를 기각하며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쓴 문장이다.

한 대행 사건에서 계엄 적법성 판단까지 했을 경우 ‘12·3 계엄 선포’가 핵심 소추 사유인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도 추론할 수 있었는데, 헌재는 한 대행의 개입 여부만 따지고 그 너머는 판단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한 예단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판단을 유보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그런데 박 원내수석은 결정문 중 ‘적극적’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의미 있는 내용”이라고 해석했다. “맥락을 잘 읽어보면 한 대행이 계엄의 정당화를 위해 아무런 적극적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이 얘기는 계엄에 적극적 행위를 했다고 하면 파면 사유가 됐다는 것으로 해석이 될 수 있다. 계엄은 위헌·위법이고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의 논리적 전개로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야권 성향 변호사는 “계엄을 합법이라고 생각했다면 한 대행의 묵인·방조 역시 문제 될 것이 없어 헌재가 적극적 행위 여부를 판단할 필요도 없다”며 “그런데도 굳이 적극적이란 단어를 넣은 것으로 봤을 때 계엄이 위헌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각하 의견으로 판단 자체를 안 한 조한창·정형식 재판관을 빼더라도 최소 6명은 계엄이 위헌이라고 본 셈”이라고 덧붙였다.


‘증거’라는 두 글자 단어가 윤 대통령 파면 근거라고 주장한 의원도 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재판부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힌트를 주지 않기 위해 상당히 고심했다”면서도 “한 대행 결정문에 힌트가 약간 있다”고 주장했다. 결정문을 보면 “한 대행이 한 행위는 증거가 없었다는 것이고 이는 계엄 자체에 대한 불법성을 전제했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세계일보 남정탁

한덕수 국무총리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세계일보 남정탁

 
그러자 CBS라디오 사회자는 “지금 다 ‘윤 대통령 선고 힌트를 못 얻었네’ 이러고 있는데 박 의원은 힌트가 있다고 보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헌재가 ‘불법 행위를 한 것을 증거를 못 잡았다’고 했다. 계엄이 불법이라는 전제를 하지 않았다면 ‘이게 불법이다, 위헌이다’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단어 하나로 尹 결과 추측하는 것은 관심법”

법조계에선 그러나 “단어 하나하나로 유추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도 나온다. 헌재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대행 소추 사유가 계엄 선포 묵인·방조였으니 당연히 그 행위 여부 판단이 결정문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행위 여부를 판단했으니 계엄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법적 해석이 아닌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재는 한 대행의 소추 사유인 ‘묵인·방조’라는 행위가 있었는지만 판단했을 뿐”이라며 “이를 넘어서 글자 몇 개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관심법”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대행 결정문으로 윤 대통령 결과를 유추할 수 없다는 대다수 법률가의 의견이 합리적”이라며 “파면만 생각하다 보니 억지 해석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