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30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지드래곤 콘서트. 사진 갤럭시코퍼레이션

지드래곤은 29일 콘서트가 늦게 시작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 갤럭시코퍼레이션
지난 29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 인 코리아’(이하 ‘위버맨쉬’)의 현장 풍경이다. 공연은 30일까지 총 2회차로 진행, 전체 관객수는 6만8341명(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집계됐다. 여러 팬들이 지드래곤이 미디어에서 보여줬던 의상들을 따라 입어 눈길을 끌었다. 스카프를 머리 혹은 모자 위에 두른 팬들이 많았고 치마에 바지를 겹쳐 입은 패션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드래곤의 독특한 치마바지 패션(왼쪽)과 모자에 스카프를 두른 패션. 사진 Mnet, 뉴스1
공연 전 팬들의 설렘은 곧 야유로 바뀌었다. 관객들은 한 시간 이상을 야외 객석에 앉아 추위에 떨며 공연을 기다려야 했다. 당초 오후 6시 30분 시작에서 7시로 연기한 후, 아무 공지 없이 7시 43분이 되어서야 무대가 시작됐다. 지드래곤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은 “현장 기상악화(돌풍)로 인해 안전상의 이유로 공연이 한 차례 지연됐던 가운데, 그 연장선의 이유로 공연이 40여분 더 지연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대에 선 지드래곤은 “날씨 너무 추운데 공연을 늦게 시작하게 되어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으로 모든 것을 돌리기엔 전반적인 현장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다. 입장부터 혼란이었다. 구역 및 층별 안내 표시가 없거나, 있어도 입구 등 한정적인 공간에 설치되어 있어 한 번에 좌석을 찾기 어려웠다. 대기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팬들은 공연장 옆 건물인 고양 소노 아레나의 시멘트 바닥에 진을 쳤다. 시설을 이용하는 회원들이 불편을 겪자 주최 측의 뒤늦은 통제가 있었다.

지드래곤은 8년만에 콘서트를 열고 "이런 기분이 오랜만이다"라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 갤럭시코퍼레이션
공연이 시작된 후엔 엉성한 연출이 계속됐다. 국내외 팬 비중이 반반임을 알았음에도 한국어 혹은 영어로만 니체의 철학을 나열한 중간 영상에 공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공연에 앞서 “티켓 예매 고객의 절반 가량이 해외 관객이며, 이중 상당수가 중국 국적”이라고 매체에 전한 바 있다. 영상 송출 시점도 1~2분 씩 지연됐고, 영상이 끝난 후에도 바로 무대가 시작되지 않아 1분 가량의 정적이 이어졌다.
또 대형 공연장임에도 지드래곤 얼굴을 오롯이 볼 수 있는 스크린이 없었다. 야외 공연장임을 알면서도 날씨 체크를 못해 무대 장치를 제대로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과, 바람에 스피커가 내내 흔들려 불안해 보였다는 점은 공연 연출 경험이 많지 않은 회사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지드래곤은 무대 위에 충분한 물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두 차례 물을 찾아 헤매야만 했다.
아쉬운 분위기 속에서도 지드래곤은 제 할 일을 했다. 2017년 이후 8년만에 콘서트를 연 지드래곤은 ‘초인’(위버맨쉬, 프리드리히 니체가 삶의 목표로 제시한 인간상)으로 돌아와 추위를 이기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본 공연인 2시간 동안 최근 발매한 ‘투 배드’, ‘파워’, ‘홈 스윗 홈’, ‘드라마’를 비롯해 이전 히트곡 ‘원 오브 어 카인드’, ‘그 XX’, ‘니가 뭔데’, ‘하트 브레이커’, ‘삐딱하게’ 등 20곡을 불렀다.

앙코르 무대에서 지드래곤은 콘서트 굿즈를 이용한 패션을 선보였다. 사진 갤럭시코퍼레이션
지드래곤은 “8년만에 공연을 한다.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쉼이 없어서 컴백의 의미를 잘 몰랐다. ‘위버맨쉬’ 앨범과 공연을 준비하면서는 ‘이것이 컴백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구나’를 처음 느꼈다.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고 무대가 그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편곡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너무 좋아’를 부를 땐 지디&탑 ‘집에 가지마’를 섞어 불렀고, ‘투 배드’에선 지드래곤의 솔로 댄스와 함께 다프트 펑크 ‘겟 럭키’ 비트가 흘렀다. ‘크레용’은 서태지와 아이들 ‘환상 속의 그대’와 접목해 1990년대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난 2월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화제가 됐던 켄드릭 라마 ‘낫 라이크 어스’의 일부 구간은 ‘개소리’와 연결됐다.
게스트는 투애니원 씨엘과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왔던 비트박서 윙이었다. 무대 초반 등장한 씨엘은 지드래곤과 ‘R.O.D’, ‘더 리더스’ 두 곡을 함께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윙은 ‘하트 브레이커’의 전자음을 입으로 연주해 환호를 불렀다. 2회차 공연엔 태양과 대성도 게스트 라인업에 합류했다.

29일 지드래곤 콘서트 게스트로 나온 씨엘. 사진 갤럭시코퍼레이션
앙코르에선 ‘소년이여’에 맞춰 춤을 추는 꼬마룰라 시절의 지드래곤이 영상에 등장했다. 디에이징 기법(AI 기술)으로 불러온 소년 권지용이었다. 이외에도 기술을 접목한 무대 장치가 많았다. 로봇 개가 무대에 나타나기도 했고, 드론으로 ‘위버맨쉬’ 로고를 그린 퍼포먼스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드론 퍼포먼스는 관객석 기준 무대 뒤 오른쪽 하늘에 쏠린 위치가 아쉬웠다.
지드래곤은 “‘위버맨쉬’의 두 무대 상징은 과거와 현재의 내 모습이다. 나의 시작과 지금이 마주보고 있고 그 사이를 스마일처럼 표현했다. 열심히 계속 하자는 의미”라면서 “내년엔 우리 형제들(빅뱅)과 20주년을 맞는다. 스무살이 되면 섹시한 성인식을 하려고 구상 중”이라며 앞으로의 활동에 응원을 당부했다.

29일 지드래곤 콘서트에서 폭죽이 터지고 있다. 사진 갤럭시코퍼레이션
한국 공연을 마친 지드래곤은 5월 10∼11일 일본 도쿄를 비롯한 아시아 7개국 8개 도시를 순회한다. 일정에는 도쿄 돔, 오사카 교세라돔, 필리핀 아레나 등 대형 공연장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