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200년 가까이 백악관의 상징으로 여겨진 이 목련 나무가 안전상의 이유로 조만간 제거될 예정이다.

200년 가까이 된 '잭슨 목련 나무'. 백악관 남쪽 포르티코에 있는 이 나무는 안전상의 이유로 조만간 제거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잭슨 대통령이 심은 목련 나무가 상태가 매우 나빠 백악관 입구에서 심각한 안전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모든 것이 끝이 있듯 이제 나무를 제거해야 한다. 다음 주 중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인 이 나무의 목재는 백악관 직원들이 보존해 향후 다른 고귀하고 중요한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잭슨 목련 나무'로 불린 이 나무는 백악관 남쪽 포르티코(반원형 현관) 근처에 있다. 이곳은 백악관을 방문한 해외 정상이 환영받는 장소이자 백악관의 무수한 행사들이 열린 곳이다. 때문에 2006년 미 국립공원관리청은 이 나무를 역사적 사건을 목격한 '증인 나무'로 지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4년 방한 당시 세월호 참사를 겪은 한국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이 나무의 묘목을 안산 단원고에 기증하기도 했다. "목련은 아름다움을 뜻하고 또 봄마다 새로 피어나는 부활을 의미한다"는 의미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집무실에 걸려 있는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 AP=연합뉴스
이 나무는 1928~88년 미 20달러 지폐 뒷면에 등장했을 정도로 미국인들에게 의미가 깊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썩은 부분이 많아지면서 안전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 이 나무의 밑동은 1994년 백악관 내에 경비행기가 추락한 '세스나기 사건' 때 크게 손상되기도 했다.
2017년 미 국립수목원의 권유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한때 이 나무를 베어내기로 결정했지만, 당시 위험한 가지를 대거 잘라내는 선에서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12월 집무실에서 연설하는 뒷배경에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잭슨 전 대통령(1767~1845)은 트럼프 대통령의 롤모델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지난 1기 재임 시절에 이어 이번에도 백악관 집무실에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걸어뒀다.
군인 출신인 잭슨 전 대통령은 미 독립전쟁의 전쟁 영웅으로 불리며 20달러 지폐에 그려져 있다. 하지만 1830년 제정된 '인디언 추방법'에 따라 아메리카 원주민 강제 이주 정책을 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의 반(反)이민정책 기조가 이런 점을 닮았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의 이번 결정을 두고 미 소셜미디어에선 "안전을 생각할 때 옳은 결정"이란 지지와 "트럼프가 역사를 파괴하려 한다"는 반대가 엇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