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되기 전 떠났다"…출산율 6년 연속 1위 영광의 속앓이

지난 1월22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 굴비거리. 손님이 뜸해 한산한 분위기다. 뉴스1

지난 1월22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 굴비거리. 손님이 뜸해 한산한 분위기다. 뉴스1

지난 2월26일 전남 영광군청은 영유아 20명가량을 모아 놓고 자축 행사를 열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합계출산율 전국 1위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71명으로 전국 평균(0.75명)의 2배를 넘었다. 출생아당 최대 3500만원의 양육지원금을 지급한 게 주효했다. 하지만 축하 분위기 뒤에는 깊은 고민이 깔려 있다. 태어난 아기들 상당수가 수년 안에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탓이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영광군의 2019년 0세 인구(주민등록 기준) 수는 552명이었다. 그러나 5년 만인 지난해 해당 연령대 인구 수는 352명으로 36.2% 감소했다. 영광군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박모(45)씨는 “아이의 부모가 일할 일자리가 부족해져 광주 같은 대도시로 떠나는 경우가 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광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합계출산율 상위 5개 지역(영광·강진·화천·장성·청송군) 모두 태어난 아기가 수년 내에 양육 환경 등이 나은 타지로 빠져나가는 흐름을 보였다. 장성군의 경우 같은 기간 2019년생 인구 수는 268명에서 168명으로 37.3% 빠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청 공무원은 “타 지역에 살다가 많은 현금성 출산 지원을 받기 위해 일시적으로 전입한 뒤 의무 거주 기간이 끝나는 대로 나가는 얌체족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합계출산율 상위 5개 지역은 현금성 출산 지원책을 대거 펼치고 있다. 화천군은 신혼부부에게 150만원을 지급하고 임대 주택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최대 5년간 90% 감면해주기도 한다.

장인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은 “지자체끼리 현금성 지원 경쟁을 하며 한정된 출생아를 서로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이 펼쳐지는 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출산율 증가에 기여하기보다는 세금 낭비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사연에 따르면 전국 광역·기초단체 가운데 현금성 저출산 정책을 펴는 곳은 2013년 99곳에서 2023년 202개로 2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지급 금액은 평균 66만9000원에서 482만9000원으로 7배 넘게 뛰었다. 그 사이 전국의 합계출산율은 1.19명에서 0.72명으로 줄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합계출산율 상위 5개 지역은 전체 인구도 감소세다. 모두 행정안전부에 의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출산율이 높지만, 아기들이 수년 안에 떠나는 데다 고령화 현상에 따라 사망자가 많은 까닭이다. 젊은 층이 학업이나 취업 등을 이유로 고향을 떠나는 것도 인구 감소로 이어진다. 청송군의 경우 2023년 중위연령은 61.8세로 전국 평균(45.7세)보다 16세 넘게 많다. 강진군의 청년(15~29세) 인구 수는 2019년 4455명에서 지난해 3395명으로 약 24% 줄었다.

현금성 지원책보다는 소아과 병원 확대 등 인프라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혜림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재정 분석센터장은 “출산장려금을 100만원 지급 시 합계출산율은 0.03명 증가하고 아동 1인당 인프라 예산액을 100만원 늘리면 합계출산율은 3배 이상인 0.098명 늘어난다”고 말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기초단체들의 저출산 대책은 일자리 부족에 따른 지방소멸 대책 등과 종합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현금성 지원 제로섬 게임을 막기 위해 중앙 정부가 조율에 나서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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