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뭔가 한다"는 트럼프…취임 후 첫 북미접촉 밝힌 속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소통이 있다”며 “어느 시점엔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후 처음으로 북·미 간 접촉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다. 다만 북한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예고한 것인지를 두고선 해석이 엇갈린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집무를 보는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집무를 보는 모습. EPA=연합뉴스

"큰 핵 국가…소통 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에게 연락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Well, I do)"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는 이어 김정은을 향해 "큰 핵 국가(big nuclear nation)이고 매우 스마트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취임 당일 이후 여러 차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가'(nation)라는 단어를 사용해 재차 북한의 핵 보유 측면을 부각한 셈이다.

트럼프가 취임 후 북한을 향해 사용한 표현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배타적 권한을 인정받는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과는 모두 다른 용어다. 그러나 트럼프가 비슷한 발언을 반복하면서 북한이 원하는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향후 인정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앞서 "김정은과 연락할 것"이라고 말한 데서 더 나아가 이날은 북·미 간 접촉이 실제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단순히 "소통이 있다"(there is communication)는 정도여서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현재 북·미 유엔 대표부 간 직접 소통 창구인 이른바 '뉴욕 채널'의 가동 여부 등은 불분명한 상황이다.

"뭔가 한다" 두고도 엇갈린 관측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김정은과 하겠다고 밝힌 '무언가'(something)의 실체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북 문제를 둘러싸고 트럼프의 접근법 변화를 시사한 것일 수 있어서다. 트럼프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비핵화가 아닌 군비 통제 협상을 벌일 거라는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1월 국정원은 "단기간 내에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북·미 간)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작은 규모의 협상, ‘스몰 딜’ 형태도 가능할 것"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2019년 2월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9년 2월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의 이번 발언을 두고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북한을 가장 잘 다룰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전략적 수사라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김정은과의 개인적 관계를 강조하며 일정한 주기로 유화적 제스처를 던지는 방식으로 협상 주도권을 잡으려는 계산된 행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북·미 대화가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당연히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접촉이나 대북정책과 관련한 새로운 접근에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1기 때 유지했던 비핵화 원칙은 그대로 고수하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지난 2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백악관도 꾸준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는 모호한 발언을 통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간주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도 공식 입장을 통해선 비핵화 원칙을 철저히 유지하며 협상의 공간을 넓히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 주한미군 역할 인식 확고" 

이런 가운데 미국 국방부가 최근 기밀 문건인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에 대중 견제를 최우선시하고 동맹국의 기여 증대를 명시한 것과 관련해 외교부는 이날 "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정부가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한·미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 확고한 인식을 공유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는 해당 지침에서 북한·러시아 등 "다른 전구에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혀 북한 위협에 대해선 한국에 주도적 대응을 요구할 거란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앞으로도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 측과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우리 국방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국방비를 증액해 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오는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다고 외교부가 이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나토 동맹국을 비롯해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가 참석한다. 이로써 한국은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2022년부터 4년 연속 초청돼 참석하게 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외무상과 만나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한다. 또 마크 루터 나토 사무총장, 주요국 외교장관들과 양자와 소다자 면담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