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방부 "북한군 5000여명 사상"… 돌격대의 총알받이 대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5000명을 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에 알려진 4000여명보다 많은 규모다. 러시아가 쿠르스크 탈환을 위해 대규모 병력을 쏟아붓는 이른바 '고기 분쇄기(meat grinder)'식 인해전술에 북한군을 선봉장으로 내세운 결과 병력 손실이 상당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서 전장 투입 전 훈련을 받고 있는 북한군. 이후 북한군 사상자는 4000여 명에 이른다. 사진=안드리 차플리엔코(우크라이나 언론인) 텔레그램 캡처

지난해 11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서 전장 투입 전 훈련을 받고 있는 북한군. 이후 북한군 사상자는 4000여 명에 이른다. 사진=안드리 차플리엔코(우크라이나 언론인) 텔레그램 캡처

1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 X를 통해 공개한 첩보에서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올해 3월 기준 5000명을 넘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3분의 1이 전투에서 사망했다는 게 영국 국방부의 추정이다.

한국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1만1000여명을 파병한 데 이어 지난 1~2월간 약 3000여명 이상을 증원개념으로 추가로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27일 "파병된 북한군에서 4000여명의 사상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여기에 영국 국방부의 분석대로 1000명을 더하면 파병 병력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가 피해를 입은 것이다.

군 안팎에선 북한군의 이런 대규모 피해 놓고 쿠루스크 전장에서 돌격전을 도맡았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1월 우크라이나군 장교 페트로 하이다추크는 한 방송에서 "북한군이 돌격 작전 임무를 독점하고 러시아군 병사들은 북한군의 성공 이후 그 지역을 확보하는 일을 맡았다"고 증언했다. 우크라이나군의 포격과 드론 공격에 총알받이로 소모되면서 맹목적인 전투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사상자가 많음에도 북한군이 저돌적으로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 왜 이렇게 절실한 것이냐'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군의 돌격전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종전 협상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영토 문제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기습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을 최대한 탈환해 종전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야 하는 푸틴으로선 북한군의 존재는 천군만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글을 올려 생포된 북한 병사 2명이 다친 상태로 키이우로 이송됐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젤렌스키 SNS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글을 올려 생포된 북한 병사 2명이 다친 상태로 키이우로 이송됐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젤렌스키 SNS 캡처

이런 가운데 북한이 우주전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트로이 마인크 미군 공군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북한의 우주 능력과 관련, "위성 통신과 위치정보시스템(GPS)을 방해(jam)하는 능력을 이미 입증했다"고 말했다. 마인크 후보자는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북한과 이란이 자체적인 우주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며 "규모면에서는 강대국들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 영역을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등 미국을 상대로 우주교란 기술(counterspace technologies)을 배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대국들의 위성과 통신망을 방해하는 역량을 통해 우주에서 벌어질 미래전을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