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제 없다" 트럼프발 상호관세 폭탄, 무역전쟁 전면전 치닫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 관세 부과일(4월 2일)이 다가오면서 각국이 초긴장 모드다. 전 세계를 겨냥한 트럼프발 ‘관세폭탄’이 시시각각 다가오면서 글로벌 통상 질서의 격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큰 교역국들을 최우선 정조준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8위에 오른 한국도 직격탄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메리카 퍼스트’ 기치 아래 무역적자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예고해온 각종 관세를 2일부터 줄줄이 발표ㆍ발효하면 전 세계에 미치는 충격파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거란 예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선 2일 전 세계 거의 모든 교역 대상국을 상대로 한 상호 관세를 발표하고, 같은 날에는 이미 예고한 베네수엘라 석유ㆍ가스 수입국 25% 관세를 부과한다. 다음날인 3일 0시 1분부터는 외국산 자동차ㆍ부품에 대한 25%의 관세 징수가 시작된다. 이어 하루 뒤인 4일에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했다가 두 차례에 걸쳐 유예한 25% 관세가 시행될 예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형성된 ‘관세전쟁’은 총 20%의 추가 관세를 맞은 중국과의 전선 정도로 국지전에 그쳤지만, 이번 주 연이은 트럼프발 관세폭탄에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 곳곳에서 보복 조치로 맞불을 놓을 경우 글로벌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

트럼프 “관세율, 그들보다 숫자 낮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관세 타깃이 아닌 국가가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각국) 상황에 따라 다르다. 저는 (이번 관세는) 상호주의적이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역 대상국의 관세 현황과 정부 보조금, 부가가치세, 환율 등 비관세 장벽을 두루 검토한 뒤 국가별로 상호 관세를 부과할 거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한국 역시 고율 관세를 피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일 발표하는 상호 관세와 3일부터 부과하는 수입산 자동차 25% 관세 조치를 앞둔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일 발표하는 상호 관세와 3일부터 부과하는 수입산 자동차 25% 관세 조치를 앞둔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세율에 대해서는 “보편 관세율 또는 다양한 개별 관세율은 1일 밤이나 2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교역 상대국)이 청구한 것보다 숫자가 낮을 것이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매우 친절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별로 차등화된 상호 관세 부과가 원칙이 될 것이란 의미지만,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바 있는 보편 관세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트럼프 행정부가 개별 관세율 대신 최대 20%의 보편 관세 부과 방안을 놓고 함께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호 관세 발표 시점과 관련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31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4월 2일 오후 3시(한국시간 3일 오전 4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협력할 가능성을 우려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ㆍ중ㆍ일은 지난 30일 서울에서 3국 경제통상장관회의를 열고 경제통상 분야 협력 확대를 합의한 바 있다.  

백악관 대변인 “상호주의의 시간”

앞서 이날 오전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일의 목표는 국가 기반 관세이지만 대통령은 확실히 부문별 관세 부과에도 전념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어떠한 국가 단위의 관세 면제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이 대목에서 “불공정 무역 관행”이라며 ▶미국산 유제품에 대한 EU의 50% 관세 ▶미국산 쌀에 대한 일본의 700% 관세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인도의 100% 관세 ▶미국산 버터ㆍ치즈에 대한 캐나다의 약 300% 관세 등을 예시한 뒤 “이제 상호주의의 시간”이라고 했다.

상호 관세 발표를 이틀 앞둔 31일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을 비롯한 총 59개 교역국의 무역 장벽을 평가한 ‘2025 국가별 무역현황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 자동차 시장 접근성 확대는 미국의 주요 우선순위”라고 강조하는 동시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제한, 콘텐트 제공업체의 망 사용료, 외국 로펌의 한국 시장 진출 규제, 통신ㆍ방송ㆍ미디어 분야 외국인 투자 규제 등을 총망라해 ‘무역 장벽’이라고 문제 삼았다. 이는 지난해 3월 공개된 보고서에서도 언급된 사안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결정 과정에 각종 관세ㆍ비관세 장벽을 한꺼번에 살펴보겠다고 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무게감이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USTR, 韓 플랫폼 규제 등 문제삼아

특히 이번 보고서에 ▶계약 금액 1000만 달러(약 147억 원) 이상의 외국 방산업체 계약시 일정 비율을 기술 이전 등 형태로 국내 산업에 환원하도록 한 국방 절충교역 프로그램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특정 플랫폼을 규제하는 플랫폼경쟁촉진법 추진 ▶외국인의 국내 원전 소유 금지 등을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새롭게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 관세 선(先) 발표 후(後) 개별 협상’ 기조인 만큼 2일 구체적인 관세율과 범위를 결정해 공개한 뒤 한국 정부와 본격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미 투자자를 지원하는 ‘미국 투자 액셀러레이터’ 사무소를 상무부 내에 만들 것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해당 사무소가 상무부의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소(CPO)도 책임지라고 지시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반도체 기업에 주기로 한 보조금의 재협상을 위한 사전 수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