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혁신 성장과 시민행복, 양 날개로 난다" [월간중앙]

스페셜 인터뷰|박형준 부산시장의 ‘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 프로젝트
 
“경기침체 환경에서도 작년 6조원 등 취임 후 기업 투자 유치액 11조원 돌파”
“부산의 입지와 인프라 활용해 스마트물류센터와 조선해양 R&D 일자리 창출”
“청년 일자리와 창업·‘부산형 RISE’ 추진, 글로벌 관광 도시로서의 콘텐트 확대”


박형준 부산시장은 시민의 행복이 도시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믿는 행정가다. 박 시장은 2025년 2월 펴낸 책 〈대한민국 재건을 위한 명령〉에서 ‘국가가 시대의 흐름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구조적 해결 능력을 잃으면서 중장기적 침체에 빠져 국력이 소진되는 위기’를 경계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 박 시장은 ‘중요 어젠다를 설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범위를 부산으로 좁히면, 박 시장이 ‘부산 재생’을 위해 내건 핵심 어젠다는 ‘글로벌 허브 도시’다. 그리고 그 키워드는 ‘혁신’이다. 혁신 산업, 혁신 인프라, 혁신 인재를 집요하게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박 시장이 재선된 이후 부산시의 투자 유치액은 11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2024년에만 6조원을 유치했다. 박 시장 취임 후 부산에 대한 투자 유치는 이전 대비 22배 이상 증가했다. 2024년 6월 금융기회발전특구(문현금융단지와 북항재개발지역)로 최종 지정됐고, 전국 최초로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출범시켰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했고, ‘부산형 RISE’와 글로컬 대학 육성을 통해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트라이앵글(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캠퍼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등 3개 대학의 중간지대에 조성된 세계적 혁신 클러스터)’과 같은 지산학(地産學) 협력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도시 성장 정책과 동시에 시민들의 삶의 질을 올리는 정책이 병행되고 있다. 15분 도시(교통), 책임 돌봄(출산·교육), 퐁피두센터 부산 유치(문화), 서부산의료원·부산어린이병원 건립 본격화(의료), 행복주거도시(주거), 빅 디자인 프로젝트(도시경관) 등이 대표적이다.

월간중앙은 창간 57주년을 맞아 부산의 매력과 경쟁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박 시장의 해법에 관해 질문했다. 지방 소멸이라는 불길한 예언을 대한민국이 비켜갈 수 있을지를 논할 때, 부산은 그 리트머스 시험지에 해당하는 공간일 것이다. 서면으로진행된 인터뷰 과정에서 박 시장과 부산시는 이례적으로 수차례 질문지 수정을 요청하는 등, 신중하고 진지하게 답변에 임했다.

2024년 4월 부산 청년잡(JOB) 성장카페(청년두드림센터) 발대식이 열렸다. 박형준(마이크 쥐고 있는 이) 부산시장은 청년 일자리가 부산 재생의 첩경이라고 확신한다. [사진 부산시]

2024년 4월 부산 청년잡(JOB) 성장카페(청년두드림센터) 발대식이 열렸다. 박형준(마이크 쥐고 있는 이) 부산시장은 청년 일자리가 부산 재생의 첩경이라고 확신한다. [사진 부산시]

 


“부산은 인프라와 고급 인력을 겸비해”

박 시장 취임 후 부산에 투자를 결정한 대기업의 면면을 보면 LS, 농심, 르노코리아, DN솔루션즈, 쿠팡, 롯데쇼핑 등을꼽을 수 있다. 왜 이들 기업이 부산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나?
 

“우선 부산은 전국 최고 수준의 물류·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부산시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특히 쿠팡과 롯데쇼핑과 같은 물류 대기업들은 부산 내 스마트물류센터 투자를 결정했다. LS일렉트릭과 농심 등 부산에 기존 사업장을 두고 있던 기업들도 재투자를 확정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로 국내 주요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하는 상황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박 시장이 강조하는 부산의 물류·교통 인프라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쿠팡, 롯데쇼핑 등의 스마트물류센터가 들어설 국제산업물류도시는 부산 신항만과 인접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으로, 전국 최고의 물류 교통망을 자랑하고 있다. 해당 부지는 부산시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전략적 기업 유치 활동을 통해 구축한 물류 클러스터다. 부산의 성장 잠재력이 수도권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다.”
 

2024년 12월 부산이 기회발전특구로 추가 지정됐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나?
 

“향후 더 많은 우수기업의 본사 이전, 공장 신설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시 차원에서도 기업 전담 창구로서, 기업의 애로 사항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원스톱기업지원단’을 2024년 7월 신설했다. 앞으로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하지 않고도 부산에서 충분한 성장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다할 것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부산에 대기업의 조선해양 관련 R&D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
 

“2023년 삼성중공업 투자 결정에 이어 2025년 한화오션의 연구개발센터 유치에 성공하며 수도권에 대응하는 지식서비스업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또한 부산 지역 내 선박 수리업체나 조선기자재업체와의 협력 네트워크가 강화되며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조선해양 분야에서 부산이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부산은 세계 2위 환적항만, 세계 7위 컨테이너 물동량 등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하드웨어)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부산대, 부경대, 해양대 등 국립대를 비롯한 지역대학 조선해양 관련 학과를 통해 우수한 인재(소프트웨어)가 배출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전반적으로 현장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특히 연구 업무를 수행할 고급 인력은 절대 부족하다. 부산은 전문인력 수급이 용이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2025년 1월 박형준(오른쪽에서 둘째) 부산시장은 삼성중공업 부산 R&D센터를 방문했다. 부산은 조선해양업 관련 특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 부산시]

2025년 1월 박형준(오른쪽에서 둘째) 부산시장은 삼성중공업 부산 R&D센터를 방문했다. 부산은 조선해양업 관련 특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 부산시]

 

“대학과 산업의 동반성장 도모하는 부산형 RISE”

투자 유치의 목적은 결국 청년 일자리 창출로 귀결된다. 성과는 어떠한가?
 

“2024년 부산의 청년고용률은 46.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은 5.9%로 역대 최저치다. 2020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인 상승 추세다. 부산시는 청년 정책 우수기관으로 선정됐고, 고용노동부 선정 청년성장프로젝트 최우수(전국 1위) 지자체로 선정됐다.”
 

향후 어떤 방향성으로 청년 일자리 정책을 전개할 구상인가?
 

“청년들이 부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운영을 할 것이다. 일례로 ‘청년잡(job) 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1152개 사의 기업 발굴~역량 강화~매칭~고용 유지 등 구직 과정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또 ‘청끌(급여·복지·워라밸·미래에서 청년이 끌리는) 기업’을 발굴해 청년들과 매칭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청끌기업은 110개 사로 확대할 것이고, 청년잡성장 프로젝트 예산도 35억원으로 늘려 편성했다.”
 

지난 2월 부산기술창업투자원(창투원)을 설립하는 등 일자리는 기업 유치뿐 아니라 창업과 벤처투자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점인 것 같다.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조성한 펀드 자금을 활용해 수도권·해외자본을 유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창업기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창투원은 글로벌 네트워크, 창업·벤처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만들었다. 투자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자금 공급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 창업가를 위한 축제인 ‘Fly Asia(아시아 창업 엑스포)’를 통해 아시아 창업 선도 도시 간 연결과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투자 플랫폼을 기획하고 있다.”
 

박 시장과 부산시가 사활을 걸고 지향하는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으로 가는 길목에 ‘부산형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가 있다. 타 지자체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부산형 RISE는 ‘지역과 대학이 동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지산학 혁신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부산 발전을 위한 대학 역할 및 기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부산형 RISE는 대학이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과제를 기획하는 공동기획(Co-design) 방식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부산시 차원에서 ‘지·산·학·연 얼라이언스’를 조성해 인재 양성과 실질적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지원과 점검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소위 ‘혁신 대학’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기반이 될 수 있을까?
 

“부산에는 지역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우수한 대학이 다수 존재한다. 대학의 역량과 역할에 따라 △연구중심형 △교육중심형 △직업평생교육중심형 등 3개의 유형으로 특성화해 대학별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대학은 각 유형에 따라 인재 양성, 연구개발 창업·기업 지원 분야 등에서 특성에 맞게 부산형 RISE의 핵심 과제를 기획하고 수행할 수 있게 설계했다.”
 

청년이 머무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결혼, 출산, 육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인 주거 안정이 중요하다. 청년들을 위한 부산시의 주거 대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부산시는 최근 주거비 상승으로 많은 청년이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주거비 걱정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임대료 지원뿐 아니라 주거 상담부터 전세피해 지원까지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평생함께 청년모두家 주거비 지원사업’과 ‘럭키7하우스 사업’이 있다.”
2024년 12월 부산시 라이즈 얼라이언스 출범식이 개최됐다. 지산학연구 클러스터는 부산이 산업화할 수 있는 방편 중 하나다. [사진 부산시]

2024년 12월 부산시 라이즈 얼라이언스 출범식이 개최됐다. 지산학연구 클러스터는 부산이 산업화할 수 있는 방편 중 하나다. [사진 부산시]

 

“주거와 자산 형성 이뤄져야 부산에 머문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올해 신규로 추진하는 ‘평생함께청년모두家 주거비 지원사업’은 공동임대주택에 입주하는 청년(최대 6년)과 신혼부부(최대 7년)를 대상으로 월 임대료를 지원해준다. 공고일 이후 자녀를 출산한 세대는 입주 기간 동안 1자녀는 20년, 2자녀부터는 평생월 임대료를 지원할 계획이다. 2025년 1000세대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1만 세대 지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럭키7하우스 사업’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총 300세대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 전세 보증금 대출이자와 월 임대료 전액을 최대 7년까지 지원하는 정책이다.”
 

‘머물자리론(loan)’이라는 제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월세 임차보증금에 대한 대출 및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있다. 최대 1억원 한도 내 임차보증금의 90%까지 대출 지원이 되고, 대출금리 3.5% 중 2~2.5%이자를 지원한다. 본인 연 소득 6000만원 이하 혹은 부부 합산 소득 1억원 이하가 대상자였다. 2024년 4분기부터 부산시는 광역시 가운데 최초로 이 기준을 확대했다. 부부 합산 소득 기준 1억3000만원, 주택임차보증금 기준 4억원 이하가 대상자다.”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부산시는 ‘부산청년기쁨두배통장’을 내놓았다.
 

“‘부산청년기쁨두배통장’은 청년들이 저축을 통해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미래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년이 매월 10만원을 저축하면 시에서도 10만원을 지원해준다. 3년간 꾸준히 저축하면 만기 시 최대 72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2024년 기준 금리가 6.3%였는데, 이는 지자체 자산 형성 지원사업 중 최고 수준이다.”
 

반응이 어떤가?
 

“2024년 4000명 모집에 6만1969명이 신청했다. 2023년 대비 3.4배 증가한 수치다. 16: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청년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2025년에는 기존 숫자에서 2000명 늘어난 6000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자산 형성 지원 외에도 부산시는 경제교육, 1:1 재무상담 등 금융 역량 강화도 지원할 방침이다.”
 

2024년 10월 박형준(오른쪽에서 다섯째) 부산시장은 청년 고용 우수기업에 인증서를 수여했다. [사진 부산시]

2024년 10월 박형준(오른쪽에서 다섯째) 부산시장은 청년 고용 우수기업에 인증서를 수여했다. [사진 부산시]

“청년 인재 ‘생활인구’ 유입하는 부산형 워케이션”

요즘 청년들은 주거, 일자리뿐 아니라 문화 향유 기회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부산시 차원에서 시행하는 ‘부산청년만원문화패스’가 지난해 7분 만에 완판됐다고 들었다.
 

“부산 청년 누구나 1만원만 내면 최대 11만원 상당의 문화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선착순 5000명을 대상으로 신청 접수한 결과, 7분 만에 마감되는 호응을 끌어냈다. 올해는 기존 사업을 ‘청년만원+문화패스’로 업그레이드해 대상자를 5000명에서 8000명으로 확대할 것이다. 또 지역축제 등 분야도 확대하고, 지역 예술계와 상생하는 패키지권 추가나 오만원권 지급 등 콘텐트 지원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부산형 워케이션’ 참가자가 1만 명을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 누적 1200여 개 국내외 기업에서 1만900명이 워케이션에 참가했다. 성공 비결로는 대도시의 편리한 인프라와 천혜의 자연환경 조합이 가능한 부산만의 지역적 강점을 살린 워케이션 기반 시설을 꼽을 수 있다. 부산의 워케이션 거점센터는 2024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인테리어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부산형 워케이션은 수도권 청년 인재들을 유입해 감소하는 출생 인구를 대체하며 지역의 활력과 성장을 이끄는 ‘생활인구’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관광도시로서 부각하고 싶은 부산의 매력은 무엇인가?
 

“바다가 주는 레저 활동, 사계절 축제, 야간 관광 콘텐트 등 방방곡곡이 매력적이다. 또 항구도시 특성과 피란 역사가 깃든 독특한 미식 문화, 해양관광 시장 1위에 걸맞은 콘텐트, 친철함까지 ‘글로벌 관광 허브 도시’로서의 부산의 브랜드 가치는 성장 중이다.”
 

김영준 월간중앙 취재팀장 kim.youngjoo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