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자율주행까지 車사업 6배 키운 화웨이...매출 20% R&D투자

지난해 상하이 MWC의 화웨이 부스. AFP=연합

지난해 상하이 MWC의 화웨이 부스. AFP=연합

중국 기술기업 화웨이가 지난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기차 등 차량용 부문이 6배 가량 성장하고, 스마트폰 등 IT기기 분야에서 매출을 이끈 영향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도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기술 리더십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1일 화웨이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8621억 위안(175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2.4% 성장했다.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2020년 8914억 위안에 근접한 수치다. 런정페이 창업주의 딸이자 화웨이 순환회장인 멍완저우는 보고서에서 “실적은 예상과 일치했다”라며 “통신 등 연결성 분야에서는 침체를 극복하고 견고한 사업 실적을 유지했으며 컴퓨팅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에서 새 기회를 잡고 상당한 성장을 이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봄 바람이 산꼭대기 눈을 쓸어내리고, 그 바람에 세상은 꽃으로 가득 차게 된다”는 비유적인 표현을 보고서에 담기도 했다.  미국의 대중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화웨이가 성장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자동차 부분 6배 성장

중국 충칭의 한 럭셔리 카 쇼룸에 화웨이 로고가 붙어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충칭의 한 럭셔리 카 쇼룸에 화웨이 로고가 붙어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 기록한 부문은 지능형 자동차 솔루션이다. 이 부문의 매출은 전년도(47억위안)의 5.6배에 달하는 264억 위안을 기록했다. 차량 관련 분야에서 실제로 수익을 낸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외신과 업계에서는 중국 전역에서 전기 자동차가 빠르게 도입된 영향이 화웨이 차량 분야 성장을 이끌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화웨이는 전기차 자체 브랜드를 제작하지 않음에도 스마트 기술을 앞세워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회사는 BYD, GAC 그룹, 둥펑 모터 등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체 개발한 스마트 드라이빙, 스마트 조종석 등 ’하이카‘ 솔루션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며 이 분야 입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中스마트폰 시장 1위 탈환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 스마트폰·디지털 기기 포함한 소비자 부문 매출도 38% 증가했다.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은 2020년 세계 1위를 기록했으나 미국의 제재 후 끝없이 추락해왔다. 이후 2023년 자체 개발한 AI 칩을 탑재한 메이트60프로를 출시했고, 애국 소비와 맞물리며 스마트폰 사업이 다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두 번 접는 ‘트리폴드폰’을 선보이고 두바이, 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까지도 공략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전역의 AI 수요가 늘어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은 8.5% 성장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소비자들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할 수 없게 되면서 화웨이가 수혜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알리바바그룹 계열사인 앤트그룹은 화웨이 반도체로 AI모델 훈련을 시킨다고 보도했다. 그 외 태양광 기술 관련 솔루션을 포함한 디지털 전력 사업은 24%, 단말기 등 터미널 38.3% 성장했다.

여전히 쏟아붓는 R&D투자

 
지난해 화웨이의 순이익은 626억위안(12조7000억원)으로 2023년 870억위안(약 17조7000억원)에서 28% 감소했다. 화웨이는 “매출액의 약 20%를 R&D에 투입하는 등  미래지향적 투자가 순익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화웨이 R&D비용은 1797억위안(약 36조5억원)으로 전년 대비 9.1%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 10년간 누적된 투자금액은 253조원에 달했으며 올해 기준 R&D 직원도 11만3000명으로 전체 직원의 54.1%를 차지한다. 

화웨이는 “수년에 걸쳐 지속적인 혁신을 이룬 덕에 세계 최대 특허 보유 기업 중 하나가 됐으며 현재 15만건 이상의 활성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향후에도 기술 리더십을 이끌기 위해 R&D 투자를 이어나가며 특히 AI기능 개발에 대한 투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