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병이 낫다"…공보의, 직무교육·지역배정 거부하려는 이유

신규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일부가 현역 입영을 목적으로 직무교육을 거부하거나 지역 배정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역 복무 기간이 공보의 복무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현역 입영이 낫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9일 2025년 신규 공중보건의사 248명이 군사훈련을 마치고 각 시ㆍ도로 흩어져 근무 지역(시군구)에 배치된다. 예년에는 3주간의 군사훈련이 끝나면 한데 모아 복지부가 중앙직무교육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근무지에 먼저 배치한 뒤 온라인 교육 등으로 직무교육을 대체하기로 했다.  

서울 한 대형병원 전공의협의회 앞 복도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병원 전공의협의회 앞 복도의 모습. 연합뉴스

복지부가 이례적으로 배치부터 서두르게 된 건 공보의들이 복무 기간이 짧은 현역병 입영을 노리고 집단으로 직무교육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공보의가 직무교육에 불응하면 복지부는 이 사실을 병무청장에 통보해야 하고, 병역법에 따라 공보의 신분을 박탈하고 현역병으로 입영 조치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벌칙 조항을 공보의 기피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일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이를 차단하기 위해 방침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보의 복무 기간은 36개월, 현역병(육군)은 18개월이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복무 기간이 절반밖에 되지 않으니 현역 입영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다”라며 “신규 공보의 대부분이 의정갈등으로 병원을 떠난 사직 전공의라 정부에 반감이 크다는 점도 (교육 거부 움직임에) 영향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현역 입영을 노리고 직무교육을 거부한 이들이 4명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역 복무 기간이 36개월이던 시절 생긴 벌칙 조항이었으나, 현재 복무 기간이 단축되면서 벌칙이 실효성을 잃었다”며 “법 체계상 여전히 벌칙 조항이지, 공보의와 현역 중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배치 우선 방침을 세우자, “현역병 전환을 노리고 지역 배치를 거부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럴 경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신현호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울)는 “복무를 이탈할 경우 병역법 위반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면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병역법에 따르면 8일 이상 복무 이탈 시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의사 면허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공보의 기피 현상을 막으려면 공보의의 복무 기간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의과 공보의는 1207명인데, 509명이 이달 복무를 마치게 된다. 신규 공보의가 배치되더라도 전체 공보의 수는 1000명을 밑돌게 된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 취약지의 의료 공백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협의회장은 “최근 의대생 시절부터 현역 입대를 선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공보의 복무 기간을 단축하고 근무 방식을 효율화하지 않으면 공보의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자체가 민간 의사를 직접 채용할 의지는 보이지 않고, 저예산으로 운용할 수 있는 공보의에만 의존하는 현실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곽순헌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공보의와 현역병 간 복무 기간 격차가 너무 큰 만큼 공보의 복무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국방부와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라고 밝혔다.

◇공중보건의(공보의)=병역의무를 대신하는 대체복무제도 중 하나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일반의사나 전문의, 한의사ㆍ치과의사가 대상이다. 현역 입영하는 대신 3년간 보건의료 취약지역에서 공중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의사로 활동한다. 주로 농어촌이나 산간벽지, 도서지방의 보건소나 보건지소 등 공공 의료기관, 119 상황실 등에 배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