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웨이퍼의 모습. 뉴스1
인텔, 첨단공정 앞세워 파운드리 2위 야망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인텔 비전 2025'의 오프닝 키노트에서 연설 중인 인텔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 사진 인텔
인텔은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10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30년까지 삼성을 제치고 2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로 ASML의 최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등 대규모로 투자해왔다. 첨단 공정 규제와 관세 문제에서 자유로운 미국 기업이라는 점도 유리한 요소다.
이날 탄 CEO는 업계 최선단인 1.8나노급(18옹스트롬, 18A) 공정의 양산 기술력을 강조했다. 그는 “18A 공정을 적용한 중앙처리장치(CPU) 제품이 하반기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가 양산 수율을 갖춘 선단 공정은 3나노(㎚·1㎚=10억분의 1m) 수준이다. 탄 CEO는 “매주 기술진과 함께 공정 개선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며 “향후 14A(1.4나노급) 공정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 2위 자리 넘보는 GF·UMC 인수합병설

김주원 기자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매출 기준 파운드리 시장은 2위 삼성전자(11%)에 이어 글로벌파운드리, UMC, 중국 SMIC가 각각 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글로벌파운드리와 UMC가 합병할 경우 삼성의 점유율을 바짝 추격하게 된다. 두 회사 모두 12나노 이하 레거시 공정에 주력하는 만큼 삼성전자와 첨단 공정을 두고 직접 경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2나노부터 65나노까지 폭넓은 공정 라인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의 매출 일부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 메모리·파운드리 시너지 전략

첨단 파운드리 EUV(극자외선) 공정이 적용되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HBM4부터는 쌓아 올린 D램의 받침대 역할을 하는 베이스(로직) 다이 제작에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된다. HBM3E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크게 증가하는 만큼 연산 기능을 높인 베이스 다이를 만들기 위해선 초미세 공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메모리 업체는 HBM4 생산 과정에서 일부 공정을 파운드리 업체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를 통해 HBM4 베이스 다이 생산을 내재화할 수 있다. 앞서 주주총회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보유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그는 “메모리, 로직(설계), 패키징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두 사업부가 본격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동시에 한다는 건 매우 큰 강점이지만 그동안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며 “기술 경쟁력을 회복해 HBM4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면 파운드리 사업부의 시장 입지도 강화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