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빠진 '자동차·철강'...업계 "최악은 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한국시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한 가운데, 자동차와 철강 등 기존 관세 부과 품목에는 상호관세가 추가로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 업계와 철강 업계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자동차와 주요 부품에 관한 관세(25%)는 3일부터 공식 발효됐다.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포고문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와 부품 미국 수출시 25%의 관세가 붙는다.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달 12일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2025년 4월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2025년 4월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대미 완성차 수출 의존도 51%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한 완성차 가운데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은 143만대(현대차·기아 101만대, 한국GM 41만대)에 달한다. 전체 생산량의 35%, 전체 수출의 51%를 차지한다. 수출액은 347억4400만달러(50조원)로 집계됐다. KB증권은 관세 부과 영향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3조4000억원, 2조3000억원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정식 발효된 3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 부과도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정식 발효된 3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 부과도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북미 수출량이 전체 생산의 84%에 달하는 한국GM은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사실상 존폐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등 인기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 수출 차량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경우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판매량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타격도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나 현대트랜시스 등의 경우 미국 현지에 공장이 있지만 영세 부품사는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만큼, 미국 진출이 어렵다. 


답은 ‘현지생산·현지투자’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 강화와 현지 투자 확대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 한 만큼 현지 생산 물량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준공한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30만대)와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3만대), 기아 조지아공장(35만대)을 운용 중인데 이 세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100만대에 달한다. HMGMA 생산 규모를 50만대로 늘리게 되면 미국에서만 연간 최대 1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현대차·기아가 최대 석달치 가량의 미국 현지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만큼 이 기간 내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방위비 증액이나 미국산 무기 추가 구매 등 협상할 수 있는 카드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2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주 주지사,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부터)이 지켜보는 가운데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백악관 엑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2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주 주지사,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부터)이 지켜보는 가운데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백악관 엑스

 
이미 관세 부과가 시작된 철강 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철강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현대제철은 통상전략실에서 국가별 관세, 품목별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5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58억달러를 투자해 자동차 강판에 특화된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029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연간 270만톤(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제철소를 세워 현대차·기아 등의 현지 완성차 업체에 강판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역시 미국에 고로나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을 녹여 반제품을 만드는 상공정 분야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