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눌린 한국경제…“개인·기업 빚 절반은 부동산 대출”

개인과 기업이 금융권에게서 빌린 돈 절반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대출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의 소비 여력은 떨어지고, 기업의 성장은 제약돼 결국 경제성장률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3일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은 공동으로 ‘부동산 신용집중 개선을 위한 정책 콘퍼런스’를 열고 이런 한국의 부동산 대출 쏠림 현상에 대해 논의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와 기업(부동산·건설업 대출)의 부동산 신용(빚)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932조5000억원으로 전체 민간(개인+기업)신용의 약 절반(49.7%) 수준이다. 한은은 기업의 부동산 신용을 계산할 때 부동산·건설업체가 아닌 일반 기업의 부동산 담보 대출은 뺐다. 만약 일반 기업의 부동산 담보 대출까지 포함한다면 전체 부동산 신용은 2581조6000억원으로 더 커진다. 가계와 기업의 부동산 신용은 2014년 이후 최근 10년간 연평균 100조5000억원(8.1%)씩 빠르게 늘어났다. 이 결과 2013년 말과 비교해 지난해 부동산 신용 규모는 약 2.3배로 확대했다.

가계와 기업이 유독 부동산 관련 빚을 많이 지는 이유로 부동산 자산의 높은 투자 수익률이 꼽혔다. 부동산 가격이 다른 자산에 비해 더 많이 상승하자 가계는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하는 것)’해 집을 사고, 기업도 부동산과 건설업에 진출하기 위해 큰 빚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과 건설업은 초기 투자금을 빚으로 해결한다. 여기에 안정적 이자 이익을 원하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선호하면서 부동산 관련 빚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비은행과 정책금융도 느슨한 규제를 우회해 부동산 관련 대출을 확대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본 규제상 부동산 담보 대출의 부담이 다른 대출보다 낮다는 점도 부동산 쏠림을 부추긴 원인 중 하나다.

부동산 대출 확대는 자본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등 경제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경고다. 특히 대내외 충격에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담보 가치가 떨어져 금융사의 건전성이 나빠지고, 민간 소비와 투자가 제약될 가능성이 크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연구팀장은 “금융사 신용의 부동산 쏠림을 완화하고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 공급을 유도하려면 단기적으로 부동산 신용 증가세를 적정 수준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금융사의 부동산 대출 취급 유인이 억제될 수 있도록 자본 규제를 보완하고 생산적 기업대출 취급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금융연구원은 부동산 금융이 확대되지 않도록 부동산 관련 대출의 규제를 더 촘촘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부동산 대출에 대한 은행의 위험가중치를 높이고 신용공여 한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임대업자의 RTI(임대이자보상배율) 같은 현행 규제를 더 강화하고,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관련 리스크를 확대 반영한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다만, 이러한 규제는 금리상승이나 서민 및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금융사 상생 금융 등을 통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사들이 대출을 내어줄 때, 안정적인 부동산 담보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사가 사업성 평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체계 마련과 전문인력 양성 등이 필요하다”면서 “금융감독당국도 이에 맞는 감독업무방향 제시와 관련 공시제도 마련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