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가 인도시장에 특화해 판매하는 소형SUV '크레타'. 사진 현대차
현대차·기아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국가는 인도다. 13일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차·기아의 현지 판매량은 총 22만9126대(현대차 15만3550대, 기아 7만5576대)였다.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한 수치다. 일본 스즈키가 다수 지분을 보유한 ‘마루티 스즈키’가 점유율 1위를 점한 가운데 현대차는 2위, 기아는 6위다.
맞춤형 전략이 주효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현대차 ‘크레타’(4만8449대), 기아 ‘쏘넷’(2만2497대) 등 현지특화 차종이 판매를 이끌었다. 인도는 도심 도로가 좁고 정체가 심한데 소형 SUV의 경우 회전반경이 작아 운전하기 용이하다. 차량가격도 기본트림 기준 크레타 약 1900만원, 쏘넷 약 1300만원으로 1인당 구매력지수(PPP·올해 기준)가 1만1112달러(약 1585만원)인 인도인에게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이다.
현대차·기아는 현지 증산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제너럴모터스(GM)의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공장을 인수해 연산 20만대 이상의 규모로 증축하면서다. 현대차 첸나이 공장(연산 76만대),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27만대)과 합쳐 연산 140만대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인도 시장에 힘을 쏟는 것은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 판매량은 523만대로 중국(3144만대), 미국(1590만대)에 이은 세계 3위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지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중국과 달리 인도에서는 현지업체 대비 현대차·기아가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트럼프 관세 등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것을 대비해 안정적인 판매처인 인도를 공략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경민 기자
전쟁 발발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현대차·기아의 주요 판매처였다. 2021년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에서 솔라리스(엑센트), 기아 리오(프라이드) 등 총 23만3804대가 생산·판매됐다. 같은 해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 9만1212대(26억4000만 달러)가 러시아로 수출됐는데 미국, 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출 규모였다.
하지만 2022년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 경제 제재로 자금 및 부품 조달이 막히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그해 3월 생산을 중단했다. 2년 가까이 공장이 유휴상태로 남자, 현대차는 2023년 12월 러시아 자동차그룹 AGR의 모회사 아트파이낸스에 1만 루블(당시 약 14만원)에 공장을 매각했다.

연간 23만대 생산능력을 갖고 있었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현대차 공장의 2020년 당시 모습. 현재는 러시아 기업이 인수해 운영 중이다. 사진 현대차
다만, 한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가 러시아에서 철수한 사이 중국 완성차 업체가 빠르게 점유율을 키운 점은 난제일 수 있다. 2021년 12만1481대였던 중국의 대(對)러시아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116만9990대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KAMA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 현지서도 국내 완성차 업체의 복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면서도 “중국 중심으로 재편된 공급망과 시장 구도를 고려할 때 현대차·기아의 시장 재진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