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것…국민통합과 시대교체" [월간중앙]

[직격 인터뷰] 네 번째 대권 도전하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보다 도덕성과 전문성에서 우위. 보수 진영도 결국 민심 따를 것”
“‘정치는 봉사’라는 교황의 조언 떠올려, 2030청년과 중도층 규합해 국가 쇠락 막아낼 것”

네 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 지지세의 열세를 중도층의 지지로 커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최기웅 기자

네 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 지지세의 열세를 중도층의 지지로 커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최기웅 기자

 
4월 13일 월간중앙 인터뷰를 위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른 후보와의 연대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러지 않겠다”며 일축했다. 청년층과 수도권 중도층을 공략하면서도 당내 전통 보수층과 일정 부분 접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안 의원은 의사, 교수, 벤처기업 CEO라는 이력을 거쳐 정치에 입문했다. 2012년 제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이후 국회의원, 신당 창당, 당 대표 등 여러 역할을 했다. ‘제3지대’를 내세우며 기존 거대 양당 구도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새정치’를 가치로 세웠을 때는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국민의당 창당,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국민의힘 합류 등 그의 선택은 ‘안철수 브랜드’의 이미지를 소모시켰다는 비판 혹은 아쉬움을 받기도 했다.

대선 가도로 가는 안 의원의 입지는 미묘하다. 일단 당내 세력 기반이 약하다.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당내 주요 세력인 ‘친윤’과 갈등을 빚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당에서 ‘비윤’ 진영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성과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인물이라는 점에서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안 의원이 갖는 중도 확장력은 경선과 본선에서 무시할 수 없는 무기다. 거기다 이번 대선의 강력한 경쟁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비해 ‘비호감도’가 낮고, 청년·중도·무당층에서 꾸준히 호감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첨단 기술 정책, 중도 확장 전략, 비윤과 반명(반이재명)을 포괄하는 중간 지대 확보 시도에서 안 의원은 경시할 수 없는 플레이어다.


“내가 이재명을 이길 유일한 후보”

지금 이 시점에 안철수라는 리더가 왜 필요할까요?
“지금이 대한민국에 정말 중요한 시기입니다. 성장의 정체, 기회의 불균형, 그리고 무책임한 정치가 우리 미래를 흔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느냐 아니면 그냥 고꾸라지느냐 그 기로에 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도 기존의 정치를 바꾸려고 한 거거든요. 조금이라도 좋은 쪽으로 우리나라를 바꾸려면 제가 필요합니다.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 중요한 순간에 만약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위험합니다.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저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구체적 근거는 무엇입니까?
“제가 이재명 후보에 비해서 장점이 많습니다. 그중 5가지만 말씀드리면, 첫째, 도덕성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가 우위에 있습니다. 둘째, 전문성이 있습니다. 저는 의사이자 과학자고, IT 벤처 창업자, 기업 경영자, 대학교수 등을 역임했습니다. 의료대란 해결이나 AI시대 관련 산업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적임자란 의미입니다. 셋째, 중도 확장성이 제일 큽니다. 실제로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에서 대선 예비 후보 7명 중 2030 청년층에서 제가 이재명 후보보다 우위를 차지했어요. 넷째, 보수의 가치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후보입니다. 정치하기 훨씬 전에 이미 안랩 지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재산을 기부했고, 2020년엔 제 목숨을 걸고 코로나19 의료봉사를 했습니다. 마지막 다섯째는 글로벌 경험입니다. 지금 후보군 중에서 저만큼 글로벌 경험이 많은 사람도 없습니다. 지금 세계가 빠르게 급변하고 있어요. 제가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나왔는데, 트럼프 대통령, 일론 머스크와 동문입니다. 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근무했고, 안랩 일본·북경·상해지사를 만들어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도 많습니다. 현재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에 끼인 우리나라의 여러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있는 제일 적합한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왜 위험합니까?
“이재명 후보의 행보를 보면 제왕적인 권력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가 읽힙니다. 제가 개헌을 이야기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국은 4년제 대통령제인데, 한국은 5년제 왕정이거든요. 우리나라는 진정한 대통령제가 아닙니다. 미국 대통령은 가진 권한이 행정 권력 하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상원에서 견제하고 하원에서 견제하고 같은 당 의원이 견제하고 막강한 주지사들이 견제합니다. 그래서 미국은 대통령이 함부로 권한을 휘두르지 못해요. 그런데 한국 대통령은 5개를 갖고 있습니다. 행정 권력 뿐만 아니라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 입법권까지 다 갖고 있어요. 권력의 절대 반지를 가진 셈입니다. 구조상 대통령 밑에 입법, 사법, 행정, 시장, 군수, 도지사 등이 있다 보니 아무도 견제를 못 하게 됩니다. 결국 어떻게 되느냐? 모든 대통령이 예외 없이 임기 말에는 지지율이 최저점을 찍습니다. 결국 세 명의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그중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 인용으로 파면됐습니다. 대통령도 나라도 불행해지는 겁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단순히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시스템의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가 87년 체제 때는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것에만 집착한 나머지 다른 부분을 제대로 손을 못 봤던 거예요. 그래서 행정 권한과 함께 너무 강력한 국회 권한까지 준 거죠. 지금 22대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 재임 동안 약 30건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어요. 이 정도면 행정부를 마비시킨 겁니다. 이러면 민주주의라고 보기가 힘들어요. 민주주의는 삼권분립이 돼서 서로 견제와 균형을 맞춰야하는 건데, 입법 권력을 장악했다고 해서 행정부를 마비시킬 정도의 파워를 행사한다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기본 정신에 안 맞거든요. 그래서 저는 개헌을 해서 이 제왕적 대통령제 권한을 낮춤과 동시에 국회의 권한도 낮춰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서로 그 균형과 견제가 제대로 일어나도록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 이런 생각입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4월 8일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중앙포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4월 8일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중앙포토]

“인수위원장 경험 살려 취임 다음 날부터 일할 수 있어”

윤 정부 출범에 지분이 있는 사람으로서 만감이 교차할 듯 합니다.
“윤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 당시는 제가 제3당의 후보로 한국 정치를 바꾸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했지만 잘 안 되던 때였어요. 정치 경력 10년 이상에다 3김(三金) 시대 이래 최대의 정당을 만든 정치력을 보여줬는데도 결국은 안 되더라고요. 그러면 결국은 어느 한쪽으로 밀어줄 수밖에 없는데, 한쪽은 재판이 진행 중인 범죄 혐의자고, 또 한쪽은 정치 경험이 부족한 후보였습니다. 그래서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솔직히 3년 뒤에 비상계엄을 할 줄은 몰랐어요.누가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기 때문에 지난번 기자회견에서 깊은 반성과 사과의 말씀들 드렸던 겁니다.”
 

대선 주자로서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입니까?
“2022년 대선을 겪어본 경험 있는 후보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대선 직후 윤 정부 출범 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세부적인 여러 상황과 국방, 안보까지 모두 다 보고를 받은 뒤 종합해서 110대 국정과제 설계를 해봤으니 국가 정책에 대해서는 저랑 비교될 만한 현직 정치인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현직 정치인 중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특히 이번 대선은 보궐선거이다 보니, 당선자는 바로 다음 날 대통령 취임을 하고 곧바로 업무를 시작해야 합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만들 시간조차 부족할 만큼 촉박한데, 언제 각 부처 정무 보고를 받고 준비를 합니까. 그 시간조차 줄여야 하는, 현재 대한민국이 어찌 될지 모르는 긴급한 상황인데요.”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엄혹합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지 이제 석 달이 됐어요. 미국은 보통 4년 임기 중에서 6개월 동안 모든 정책이 결정되고, 그게 4년 내내 갑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는 거죠. 그래서 하루하루가 중요한데 골든타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면 당장 업무를 수행할수 있는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안철수에겐 정치력이 부족하다’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비판이 아닌 비난을 위한 말이어서 코웃음을 치게 됩니다. 국회에서 20석 이상 만든 사람을 우리는 정치 9단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저는 현역 정치인 중에서 국회 38석 정당, 교섭단체를 만든 유일한 정치인입니다.”
 

지난 세 차례 대선 중 두 번(2012년 문재인과 단일화, 2022년 윤석열과 단일화, 2017년은 완주했지만 3위로 낙선)이나 단일화를 했는데 이번에도 가능성이 있나요?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2022년 5월 3일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022년 5월 3일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이번 대선에서는 끝까지 독자 완주”

정치 인생에서 가장 고민했을 때는 언제입니까?
“정치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2018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 연구원이자 교환교수로 가게 됐어요. 그때 고민했던 게 이걸 끝내고 나면 계속 정치를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다시 교수를 할까, 경영을 계속할까, 의사로 병원을 개원할까, 여러 길을 놓고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때 조언을 얻거나 고민을 나눈 사람이 있었나요?
“제가 가톨릭 신자인데, 한창 고민하던 때 바티칸에 가게 됐어요. 추기경님을 만나 뵙고 면담 신청하니까 감사하게도 들어주시더라고요. 아프리카 가나 출신 추기경님이었는데, 그분께 제 고민을 말씀드렸더니 묵묵히 소책자를 하나 주시는 겁니다. 교황님이 정치에 대해서 강론하는 내용이었는데, 거기에 이렇게 쓰여 있는 거예요. ‘정치란 가장 순수하고 고결한 형태의 자선이자 봉사다’라는 뜻이었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제가 왜 정치를 하려 했는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온몸에 오물을 묻히고 모욕과 조롱을 당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하겠다, 그 초심을 다잡고 귀국한 게 2020년 1월이었어요.”
 

국민의힘에서 ‘안철수계’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 있을까요?
“우리 당과 민주당의 다른 점이 그 부분 같아요. 민심을 얻는 사람이 당심을 얻는 당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민심을 많이 얻으려고 노력합니다. 결국 제 지지 기반은 민심입니다. 이번에 국민 여론도 60% 가까이 탄핵 인용을 원했고, 결국 그렇게 됐습니다. 이렇게 민심에 순응한 사람, 그러니까 우리 당에서도 탄핵에 찬성한 사람이 후보가 돼야 이재명 후보하고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탄핵에 반대한 사람은 이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소위 ‘친윤’도 저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으면 충분히 함께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당이 승리하기를, 또 보수와 당이 재건되기를 바라니까요.”
 

이번 선거의 핵심 공략층을 어디로 설정했습니까?
“2030 청년층과 중도보수층입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민심의 50% 정도가 지금 정권 교체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재명은 안 된다’고 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것도 민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이 일명 중도층인데, 제가 10년간 정치 상담을 하다 보니 잘 알게 됐습니다. 이분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두 가지예요. 한 가지가 도덕성이고, 나머지 하나가 전문성 또는 능력입니다. 다행히 저는 이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
 

3월 6일 대한민국 헌정회와 민주화추진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대토론회에 참석한 안철수(왼쪽 끝) 의원의 모습. 임현동 기자

3월 6일 대한민국 헌정회와 민주화추진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대토론회에 참석한 안철수(왼쪽 끝) 의원의 모습. 임현동 기자

“더 강한 나라, 더 바른 나라, 더 안전한 나라”

의사 출신 정치인으로서 지금의 의정 갈등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정말 불행한 일이죠. 그 순서가 잘못됐어요. 처음부터 2000명 증원, 이러니까 실패한 거예요. 윤 전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 생각합니다. 정치에서 제일 중요한 건 우군을 확보하는 겁니다. 저 같으면 이렇게 했겠어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세계적으로 참 좋은데 3가지 문제점이 있다.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하다. 그리고 지방 의료가 부실하다. 끝으로 환자 진료는 하지 않지만 약이나 백신을 만드는 의사 과학자가 부족하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법을 고치고 예산을 투입해 지방 의료원을 만들고, 의사 과학자를 배출하는 특수학과를 만드는 일을 하겠다.’ 이러면 반대할 의사들 한 명 없이 전부 다 찬성할 겁니다. 이렇게 우군을 확보한 다음에 ‘계산을 해보니까 의사가 더 필요하다. 그 숫자는 몇 명이다.’ 이렇게 말하면 설득이 되는 거예요. 숫자를 제일 마지막에 꺼내는 게 정치에서의 아주 기본인데, 윤 전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던 겁니다.”
 

현재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건 두 가지입니다. 국민통합과 시대교체입니다. 탄핵과 집회 등으로 국민이 둘로 쪼개진 상태인데,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한 나라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국민이 지금 심하게 나뉘어 있어요. 정치인들이 그걸 조장하고 있고요.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지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국민이 통합돼서 위기를 극복해야 해요. 그다음에 시대가 너무나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 바뀐 세상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우리는 국가적 혼란을 겪은 뒤 쇠락한 남미의 어떤 나라처럼 그냥 추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이 두 가지를 다음번 대통령이 되는 사람이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지켜온 가장 중요한 덕목을 듣고 싶습니다.
“정치는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교황님이 말씀하신 대로 권력이 아니라. 제가 정치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게 세 가지 있습니다. 더 강한 나라, 더 바른 나라, 더 안전한 나라. 이번 선거에서 제가 내세운 가치이기도 합니다.”
 

박세나 월간중앙 기자 park.sena@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