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5월 8일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딸 다혜씨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퇴임 2년11개월 만…서울중앙지법에 기소
전주지검은 24일 항공업 경력이 전무한 전 사위 서모(45·이혼)씨를 이상직(62) 전 의원이 실소유주인 타이이스타젯(태국 저비용 항공사)에 취업시키고 2018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급여(월 800만원)와 주거비(월 350만원) 명목으로 약 2억17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했다.
뇌물수수 혐의 공범으로 입건된 문 전 대통령 딸 다혜(41)씨와 서씨는 가족관계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 전 의원은 뇌물공여와 업무상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사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서울중앙지법에 공소를 제기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의 핵심은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포괄적 권한 행사를 통한 정치적·경제적 혜택을 기대한 정치인이자 공공기관장·기업가인 이 전 의원으로부터 그가 지배하던 항공사를 통해 자녀 부부의 태국 이주를 지원하는 특혜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직과 타이이스타젯 관련 의혹.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이상직 “월급 800만원, 상무” 채용 지시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친인척 관리·감찰을 담당하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을 통해 서씨 채용과 태국 이주 과정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다혜씨 부부가 단순히 뇌물을 받는 수동적 지위에 그치지 않고 문 전 대통령이 받을 경제적 이익 내용·규모 결정에 능동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혜씨 부부는 2018년 4~5월 식당·카페 등에서 민정비서관 등을 만나 평소 친분이 없던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직원 등을 동원해 파악한 태국 현지 정보를 전달받아 연고가 없던 태국 이주를 결정했다.
다혜씨는 서씨가 채용되기 전에 미리 태국 현지를 답사하고 아들이 다닐 국제학교 위치를 확인했다. 이와 함께 이 전 의원을 통해 소개받은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나 문 전 대통령의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여건 등을 갖춘 맨션을 주거지로 정했다. 다혜씨가 결정한 내용은 서씨 채용 조건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타이이스타젯 방콕 사무실. 고대훈 기자
서씨, 이메일 수·발신 업무
대통령비서실은 2017년 12월 이 전 의원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에 내정한 뒤 전임 이사장의 직무수행계획서를 전달해 지원 서류 작성을 도왔다. 이후 당시 3명의 후보자 중 이 전 의원만 인사 검증을 실시했다. 이를 주도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조현옥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은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이스타항공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기업인으로서 정부의 유화적인 대북 정책을 발판 삼아 정치적 입지를 넓히고 사업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2018년 3월 평양 방북 예술단 전세기를 띄우고, 북한 전세기 취항 신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평양 방북 예술단 전세기 운항 과정에서 정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른 국회 동의 없이 수천억원 규모의 항공보험을 대체하고, UN(국제연합)·미국 등의 대북 제재 위반으로 인한 잠재적 손해까지도 모두 담보하는 포괄적 정부 보증이 실시됐다”고 했다.

음주운전 및 불법 숙박업 운영 혐의로 기소된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문다혜씨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文 서면 조사 무산…檢 “사실상 진술 거부”
조사 결과 다혜씨는 서씨 급여 일부를 본인 명의의 서울 소재 임대용 다가구 주택 매입에 쓴 뒤 월세 수익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태국 현지 경호관에게 외화를 지급한 뒤 이를 환전해 자신의 국내 계좌로 송금하도록 했다. 또 청와대 특별감찰반 차원에서 매수할 부동산을 사전 답사하고 특별감찰반장이 다혜씨 위임장을 받아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도 대신 처리했다.
검찰은 지난 2월부터 문 전 대통령 조사를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두 차례 출석 요구도 거부당했다. 이후 지난달 변호인 측 요구로 서면 조사 질의서를 보냈지만, 한 달 넘게 답변서는 오지 않았다. 전주지검 한기식 차장검사는 “답변에 필요한 상당한 시간을 줬지만, 문 전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해 서면 조사 없이 기소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