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美 주식 순매수, 지난해 1년 치 뛰어넘었다

신재민 기자
해외 주식 보관액은 상호관세 부과에 미국 등 주요국 주가가 급락하면서 최근 소폭 줄었다. 하지만 ‘저가 매수’ 논리가 작동하면서 매수세는 오히려 불이 붙었다. 한국예탁결제원 따르면 상호관세 충격에 있었던 이번 달(지난 23일 기준)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43억319만8762 달러)은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2번째로 많았다. 4월 전체로 집계하면 순매수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달 뿐이 아니다. 지난 1월 미국 주식 순매수액(40억7840만5586 달러)은 역대 3위, 지난 2월(29억7545만7161 달러)과 3월(40억7239만3998 달러)도 각각 역대 6위와 4위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올해 4월 23일까지 미국 주식 전체 순매수액은 154억2945만5507 달러(22조2415억원)로 지난해 1년 전체 순매수액(105억4500만2197)을 이미 뛰어넘었다. 현재 추세대로면 올해 전체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사상 최고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뿐 아니라 홍콩·중국 등 다른 해외 지역으로 선택지를 넓힌 투자자도 많았다. 특히 딥시크 등 중국 인공지능(AI) 열풍에 지난 3월 한국 투자자의 중국 주식 보관액(9억8375만 달러)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홍콩 주식 순매수액도 올해 3월과 2월 각각 역대 1·2위 기록했다.
해외 주식을 사기 위해 빚까지 지는 사례도 늘었다. 지난 1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3월 말 대비 1조596억원 급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 주식 등에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것)’ 하는 사례가 늘면서 신용대출도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0·20대 해외투자 비중 40% 육박

신재민 기자
해외 주식 열풍은 미래 세대인 10대와 20대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0대와 20대 고객의 해외주식투자 비중은 2021년 각각 20%와 21%였지만, 지난해에는 36%로 40%에 육박했다. 이는 40대(24%)와 50대(18%)에 비해 높다. 특히 지난해 해외주식투자 비중이 30%를 넘은 것은 10~30대 젊은 층뿐이었다.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주식동아리 FRS 소속 학생들. 왼쪽부터 신준현·최한별·김지안·오유찬·조은서·조민채 학생과 김세진 선생님. 김남준 기자
10대인 고등학생 일부는 학교에 주식 동아리까지 만들어 ‘투자 공부’를 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 주식투자 동아리 ‘FRS’의 학생들은 방과 후 시간을 쪼개 주요 기업에 대한 기업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공유한다. 최근 이들의 관심은 해외 주식이다. FRS 소속 신준현(17) 학생은 “하이닉스와 엔비디아에 동시에 투자했었는데, 엔비디아 수익률이 하이닉스보다 6배나 높았는데도 변동성은 낮았다”면서 “성인이 되서도 투자는 계속할 생각인데, 성장성·안정성 모두 미국 주식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장형 기업 발굴 못 하면 국장 외면 심화”
해외 주식 열풍을 한 때의 유행으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 등 주요국 주식의 수익률이 꺾이면, 결국 투자자들이 다시 국내 주식으로 발길을 돌릴 거란 생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자본 시장이 성장형 구조로 바뀌지 않는다면, 해외 주식 선호가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젊은 층이 한국 주식을 안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처럼 새로운 산업을 주도하며 성장하는 기업이 국내엔 없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기업을 발굴하고, 자본 시장이 이런 기업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정부 ‘밸류업 정책(기업가치 개선)’에도 ‘국장’을 외면하는 사람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